[해외 명광고]싱가포르 ‘다이어트 M’

  • 입력 2002년 10월 14일 17시 51분


‘상상력에 안장을 얹어라.’

“상상력을 제멋대로 날뛰게 하거나 꿈 같은 이야기를 늘어놓는다든지, 또는 시각적인 서커스와 수사학적인 ‘체조’에 열중하는 따위는 창의적인 것이 아니다. 창의적인 사람은 그의 상상력에 ‘안장’을 얹어놓고 있다. 생각 하나하나, 아이디어 하나하나, 쓰는 단어 하나하나, 그리는 선 하나하나, 촬영 때의 명암 하나하나가 모두 생생하게, 믿음직스럽게, 또 설득력 있게 제품 이익을 전달하도록 말이다.”

이는 위대한 카피라이터 빌 번바크의 말이다.

지금 보이는 광고는 싱가포르의 ‘다이어트 M’이라는 알약 광고다.

고추 모양의 가위와 매끄러운 보디라인.

사실 이 광고에서 크리에이터들이 늘 찾아 헤매는 번뜩이는 아이디어, 현란한 카피와 시각적 효과는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광고에서 힘이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번바크가 말했듯이 이 광고의 각 요소는 튀지 않고 마치 안장을 얹은 말처럼 차분하게 힘을 합쳐 한 방향으로 제품의 이익을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품의 이익을 전하겠다는 대(大)의 목적을 위해 눈에 띄는 시각효과와 카피라는 소(小)를 희생한 점이 오히려 광고의 전체적인 기(氣)를 살려냈다.

흘러 넘치는 살을 이상적인 보디라인에 맞게 잘라내는 고추 가위는 직접적으로 제품의 성분을 알려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고추 추출물의 다이어트 M, 당신의 화끈한 몸매를 위하여’라는 카피도 다소 건조한 듯 하지만 그래픽과 조화를 이루며 소비자 이익을 잘 설명하고 있다.

광고를 보고 난 소비자들은 ‘이 광고, 재미있네’라고 느끼기보다 ‘음, 이 물건 써봐야겠군’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고추 알약이 진짜 내 군살을 잘라내 버려줄 것만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이다.

광고의 진정한 임무는 소비자의 감탄이 아니라 소비자의 구매를 이끌어내는 것이 아닌가?

이 광고는 번바크가 남긴 말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제품과 관련없는 잔꾀를 써서 사람들의 주의를 끌기는 쉽다. 그러나 이 경우 사람들은 속았다는 기분이 들어 그대(광고제작자)를 불쾌하게 여길 것이고, 그대의 광고를 좋아하지도 않을 것이다.”

차상은 리앤디디비 제작1본부 차장 chase@leedd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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