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구조조정은 완료아닌 진행형"

  • 입력 2002년 10월 14일 18시 05분


‘구조조정 성과는 다 어디로 사라졌나?’

올해 초만 해도 많은 증시 전문가들이 “한국 증시의 질이 달라졌다”며 증시의 장기 상승을 기대했다. 그리고 그 자신감의 바탕에는 지난 몇 년 동안 이뤄진 각 기업의 ‘성공적인 구조조정’이 깔려 있었다.

하나 하나 뜯어보면 잘 된 것도 있고 잘못된 것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가 많이 좋아진 것은 분명하다는 평가.

그러나 최근 한국 증시는 구조조정이라는 큰 산을 넘던 기개를 잃은 모습이다. 구조조정 성과가 몇 개월만에 사라진 것일까.

증시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오히려 구조조정 성과는 장기적으로 증시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그리고 구조조정은 아직 완성된 것이 아니며 더 보완해야 할 ‘진행형’ 과제라는 지적이다.

▽더 길게 내다봐야〓전문가들은 요즘 투자자들이 갖고 있는 “구조조정 성과는 주가에 다 반영돼 기대할 것이 없다”는 회의에 대해 이른 감이 있다고 지적한다.

구조조정 성과는 하루 이틀 사이에 나타났다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 올해 초 “구조조정 덕에 한국 증시의 차원이 높아졌다”는 기대도 너무 조급했고 최근의 실망도 역시 지나치게 앞서 나간다는 지적이다.

실제 구조조정 성공 기업들의 실적 개선은 서서히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

제일모직은 1998∼2000년 30여개 패션 브랜드 가운데 절반인 15개 브랜드를 정리했다. 구조조정이 끝난 지난해부터 투자자들은 실적이 좋아질 것을 기대했지만 막상 실적 개선은 올해부터 나타났다.

관계사 지분 정리와 대규모 감원 등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친 LG상사와 한국가스공사 등의 실적 개선도 올해나 내년이 원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아직도 진행형〓아직도 많은 기업이 구조조정 과정에 있다. 특히 회사가 만들어진 지 5년도 채 안 되는 정보기술(IT) 분야에서는 초기 문어발식으로 확장해 놓은 자회사들을 정리 못해 고전을 면치 못하는 회사들이 많다. 자회사가 10개가 넘는 인터파크나 11개 자회사가 까먹은 상반기 지분평가손실이 24억원이나 되는 다음 등이 대표적인 사례.

또 적지 않은 투자자들이 최근 대한생명의 매각으로 ‘큰 구조조정은 대충 마무리됐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착각. 아직 하이닉스반도체, 현대투신과 현대증권, 대우증권 등 굵직한 구조조정 과제가 남아 있다.

굿모닝신한증권 박효진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이 구조조정을 ‘하나의 재료’로 짧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잘못”이라며 “구조조정은 완료형이 아니라 진행형이며 증시의 단기 재료가 아니라 중장기 과제”라고 말했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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