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행장은 18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국내시장에서 경쟁하는 것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으며 국내 다른 은행들과 비교해 전략을 짜는 것은 국민은행의 후퇴를 의미한다”고 전제하고 이같이 밝혔다.
그는 미국계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가 최근 발표한 분석보고서를 인용해 “아시아에서는 장기적으로 3∼5개의 은행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면서 “앞으로는 아시아 지역 금융시장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지에 경영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치열한 경쟁 환경에서 살아남으려면 무조건 해외시장으로 나가야 한다. 하지만 무작정 해외시장에 진출한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 국민은행이 잘 하는 소매금융을 갖고 나가야 한다.”
김 행장은 “중국이나 인도 시장 진출은 현지 은행이나 화교권 은행 등 다른 외국계 은행들과의 조인트 벤처(합작) 방식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귀띔했다. 지금까지 국내 은행들의 해외 영업은 해외교포를 상대로 한 영업에 그쳤기 때문에 현지인을 상대로 한 본격적인 영업을 하려면 단계적이고 점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한편 미국계 투자은행인 리만 브라더스의 윤용철 상무는 “지난 3년여 동안 치열하게 벌어진 가계여신 확보 경쟁으로 국내 소매금융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국내은행들이 또다시 수익원 창출의 문제에 직면해 있다”면서 “국민은행이 제로 섬(zero-sum) 게임 식의 국내 시장 점유율 경쟁을 피하고 해외 시장 진출로 큰 승부를 거는 것 같다”고 논평했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