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VIP자산관리’ 보험사도 팔걷어

  • 입력 2002년 10월 21일 19시 03분


삼성생명이 최근 마련한 서울 강남의 FP센터에서 한 고객이 재무상담을 받고 있다.-사진제공 삼성생명
삼성생명이 최근 마련한 서울 강남의 FP센터에서 한 고객이 재무상담을 받고 있다.-사진제공 삼성생명

‘우리라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은행에 이어 증권사, 투신사까지 종합자산관리에 나서자 보험사들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가만히 앉아있다가는 고객을 다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

삼성생명은 최근 은행권의 프라이빗뱅킹(Private Banking)과 유사한 파이낸셜플래닝(FP·Financial Planning)센터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삼성금융프라자 20층에 마련했다. 고액계약자에게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특별관리’를 시작한 것. 고액 자산가들의 개인 사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스카이라운지’에 개별상담실을 차려놨다는 설명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전 금융권이 고액자산가를 유치하기 위해 종합자산관리 서비스를 강화하는데 우리만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FP센터를 강화해 다른 금융기관을 이용하는 고객을 빼앗아오겠다는 ‘공격적 전략’이 아니라 기존 고객을 놓치지 않으려는 ‘방어적 전략’인 셈이다.

삼성생명은 “국내외 PB 전문가는 물론 국제공인재무설계사(CFP) 세무관리사 등 20명의 전문 자산관리사를 배치했다”고 밝혔다.

VIP고객은 FP센터에서 금융상품 및 부동산에 대한 투자상담 등 종합 재무설계, 그리고 상속과 소득에 따른 납세 문제를 상담받을 수 있다. 또 유학원과 제휴해 자녀의 교육문제를 상담하고 유수 병원과 연결, 의료 정보까지 제공한다.

삼성생명은 FP센터를 이용할 수 있는 고객을 전체 계약자의 1%인 약 10만명 정도로 보고 있다. 보험사의 VIP고객은 보험료 납입규모와 유지기간은 물론 상품 종류에 따라 크게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인 요건으로 정의하기 어렵다. 따라서 우선은 1억원 이상의 만기보험금이 도래하는 고객을 주요 타깃으로 삼을 예정이다. 또 1%에 해당하는 고객에겐 우편이나 지점장 등을 통해 FP센터 이용을 적극 권장한다.

삼성생명 고준호 부장은 “금융자산이 많은 고객은 자산관리에 대한 조언이 필요하다”며 “내년 초 FP센터를 부산 광주 대구 등 대도시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생명의 FP센터 설립에 따라 교보생명과 대한생명도 FP센터 설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교보생명은 개인재무관리시스템 개발이 내년 3월에 완료되면 늦어도 4월부터는 본격적으로 VIP마케팅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국제공인재무설계사가 주요 직원이 되는 별도의 VIP센터를 설립할 것인지도 검토하고 있다. 이달 말 설립 여부가 확정되지만 업계에서는 삼성에 맞서 교보도 대응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짓고 있는 교보생명 강남사옥에 VIP고객을 위한 헬스케어센터를 설립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아울러 VIP고객으로 구성된 ‘골드 동호회’ 활동도 적극 후원할 계획. 월 30만∼50만원의 후원금을 지원하는 골드 동호회는 현재 100여개의 소모임이 꾸려졌다. 가입조건은 보험계약금액과 가입기간 등에 따라 교보생명이 정한다.

대한생명도 “VIP고객에 대한 종합자산관리가 대세인 만큼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며 “경쟁사에 비해 다소 늦었지만 내년 상반기 FP센터를 개설할 목표로 준비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