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광등 불빛이 휘황한 서울 역삼동 대우자동차 판매장. 오후 8시가 훌쩍 넘었지만 당직인 최현석 이사(56)는 고객과 상담에 여념이 없다.
대우차 ‘판매왕’인 최 이사는 동료들 사이에서 전설로 통한다. 83년 대우에 정식입사한 이래 지금까지 판매한 자동차 수만 3150대. 아직까지 대우 자동차에서 그 기록을 깨뜨린 사람은 없다. 부도와 법정관리 과정에서 ‘대우’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가 바닥까지 떨어졌던 것을 고려하면 눈물겨운 수치다.
이런 노력을 인정받아 그는 99년 이사로 승진했다. 대우자동차 영업직 중에서 이사직까지 오른 사람은 최 이사를 포함해 아직까지 3명밖에 없다. 4월에는 최다판매상을 받았다.
“일단 사람을 많이 만나야 합니다. 사무실에 붙어 앉아있으면 누가 차를 사줍니까. 가방 하나 들고 여기저기 찾아가 보면 차 살 사람 아직 많아요.”
꾸준한 고객 관리를 통해 ‘대우차〓최현석’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또다른 비결. 그는 사비를 털어 고객들의 경조사를 일일이 챙기고 생일카드를 보내는 것도 잊지 않는다고 한다. 이사 간 고객들은 동네 구청에 가서 새 주소를 확인할 정도다. 덕분에 이제는 20년 동안 관계를 유지해온 고객도 상당수 생겼다.
실의에 빠진 적도 많았다. 특히 대우차 부도 이후 장기간 공을 들인 한 회사에 3년 동안 한 대의 차도 팔지 못했을 때는 사표를 쓸 생각까지 했다고. 망할 회사 제품을 어떻게 믿느냐는 고객들의 부정적인 시각을 극복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였다.
“자동차 산업은 국가기간 산업이기 때문에 무너질 수가 없어요. 대우차가 계속 굴러갈 거라는 사실을 이해시키고 설득하는 것이 어려웠죠. 제품에 결함이 있는 것도 아닌데 소비자들이 외면하니까 갑갑해서 미치겠더군요.”
그는 GM대우의 출범을 앞두고 기대에 부풀어 있다. 브래드 이미지가 좋아지면 다시 한 번 신바람나게 일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 때문.
최 이사는 “대우차가 겉모양은 상대적으로 투박해 보여도 고속도로에 짝 달라붙는 튼튼함과 안전성에 있어서는 뒤지지 않는다”며 웃음을 지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