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돈이 되는 체급은 헤비(Heavy)급이다.’
최근 세계 자동차회사들이 대형 럭셔리(Luxury) 자동차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달 13일 막을 내린 파리 모터쇼도 대형 자동차들의 잔치였다.
세계 자동차회사들은 배기량 3500㏄급을 넘어 6000㏄급 차량까지 선보였다. 이 차들의 평균 판매가격은 한화로 대당 1억9500만∼3억2500만원 수준. 대당 이익도 6500만∼8000만원에 이른다. 1대만 팔아도 소형차 50대 이상을 판 것과 같은 이익을 올리는 것이다.
▽최고급 차는 역시 유럽차〓대형차 시장에 가장 열을 올리는 회사는 폴크스바겐그룹이다. 그룹 산하 폴크스바겐, 아우디, 벤틀리, 람보르기니 등은 최고급 차 개발에 한치의 양보도 하지 않는다.
골프와 뉴비틀 등 중소형차의 대표주자였던 폴크스바겐은 올해 6월 대형차 파에톤을 선보였다.
W12 배기량 6000㏄ 엔진은 최고출력이 420마력이고 최고시속은 300㎞를 넘나든다.
다른 차와 달리 뒷좌석이 2인석으로 설계돼 양 좌석 가운데 각종 편의장치들이 배치돼 있다. 아우디는 최근 1994년부터 개발한 2800∼4200㏄급 A8의 신형 모델을 내놓았다. 차체에 알루미늄을 이용해 마력당 중량(뉴 A8의 차체 중량 1780kg/엔진 마력수 310마력)을 5.74㎏/마력(4200㏄ 모델 기준)으로 낮췄다. 세계 대형차 중 가장 날렵하다. 벤틀리 콘티넨털 GT, 람보르기니 무르치에라고는 각각 매년 1600여대, 3500여대만 생산될 만큼 심려를 기울인 역작이다.
다임러크라이슬러그룹이 밀고 있는 대형차는 마이바흐다. 이 차는 그룹 산하의 다임러벤츠가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를 능가하는 최고급 차종으로 개발한 차다.
차체 길이가 5.6m에 이르며 뒷좌석에는 비행기 1등석에 있는 다리 받침대까지 달려 있다. 배기량 5500㏄의 550마력 V12 엔진이고 판매가는 35만유로(약 4억2054만원)이다. 마이바흐에 대항하는 BMW의 최고급 차종은 롤스로이스다. BMW는 내년 V12 엔진을 얹은 신형 롤스로이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르노가 르노삼성차를 통해 국내에 들여오겠다는 벨사티스도 프랑스의 대표적인 럭셔리 차로 꼽힌다.
▽다른 나라들의 추격〓유럽 자동차회사들에 비해 미국, 일본, 한국 자동차회사들은 대형차 라인이 턱없이 빈약하다.
미국차의 경우 제너럴모터스(GM)그룹의 캐딜락과 포드그룹의 링컨 정도가 있을 뿐이다. 캐딜락에서는 드빌이, 링컨에서는 타운카가 그중 최고급 모델로 통한다.
GM은 앞으로 캐딜락 브랜드로 7500㏄의 500마력 V12 엔진을 얹은 최고급 차를 내놓겠다고 선언했다. 일본차는 도요타 렉서스, 닛산 인피니티, 혼다 아큐라 등이 있지만 최고급 자동차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맞추기에는 아직 부족하다.
현대차는 최근 4500㏄ 270마력 엔진을 장착한 럭셔리 컨셉트카 HCD7을 선보였다.
▽앞이 보이지 않는 경쟁〓사실 최고급 럭셔리 자동차들의 실력은 비슷비슷하다.
성능과 편의사항을 둘러싼 숫자는 다르지만 운전자나 승객들의 감각은 그만큼 예민하지 않다. 대형차의 성공은 브랜드가 좌우한다. BMW, 폴크스바겐이 롤스로이스, 재규어, 벤틀리 등을 인수한 것도 브랜드를 사기 위한 것이었다.
미국 자동차 소비자조사회사인 JD파워앤어소시에이트의 유럽담당 팀장 데이브 사전트는 “고급차 개발은 자동차회사에 고수익 차종을 얻는 장점이 있지만 투자비가 만만치 않다”며 “브랜드 이미지를 확보하지 않은 과다투자는 경계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