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이 늘어나고 씀씀이도 커지면서 올해 상반기 저축률이 82년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가계의 빚 갚는 능력도 계속 떨어지고 있어 가계부문의 ‘줄줄이 파산’이 우려된다.
23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저축률 변화와 요인’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민 총저축률은 26.9%로 82년의 24.9%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가계의 저축률은 98년 26.6%로 일본의 17.7%보다 높았으나 2000년에는 15.4%로 일본의 16.3%보다 0.9%포인트 낮았다.
저소득층의 저축률은 99년 -4.9%, 2000년 -2%, 2001년 -2.3%, 올 상반기 -3.4% 등으로 나타났다. 저소득층의 저축률이 마이너스인 것은 소득보다 소비가 더 많아 차입했거나 과거의 저축을 쓴 것으로 풀이된다.
고소득층은 99년 36.3%에서 2000년 34.4%로 떨어졌다가 지난해 36.2%, 올해 상반기 36.1%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연령별로는 25∼29세의 저축률이 97년 34.1%에서 올 상반기 23.9%로 10.2%포인트 줄어 감소폭이 가장 컸다.
또 상위 20%와 하위 20%의 소득격차는 5배에 이르렀지만 소비는 상위 20%와 하위 20% 차이가 2.7배여서 소득수준에 비해 소비수준의 차이는 적은 것으로 분석됐다. 저축률 하락은 주택보급률이 높아지면서 내 집 마련을 위한 저축의 필요성이 줄었고 금리가 떨어지면서 언제라도 돈을 꿀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 데 따른 것이라고 한은은 분석했다.
한편 모건스탠리는 한국 가계의 부채상환 능력을 지수화한 DSC(Debt Service Coverage)가 올해 1·4분기(1∼3월) 3.42에서 2·4분기(4∼6월) 2.98로 약 13% 떨어졌다고 밝혔다.
DSC가 3.42라는 것은 연간 수입이 부채의 3.42배라는 뜻이며 지수가 낮을수록 원리금 상환 능력이 낮은 것이라고 모건스탠리는 설명했다.
모건스탠리는 이와 함께 금리가 0.5%포인트 상승할 경우 DSC는 2.94로 떨어지고, 1%포인트 상승하면 2.89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모건스탠리는 “가계 부채가 10% 늘어나고 금리가 1%포인트 상승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가계는 수입의 38%를 부채 원리금을 갚는 데 써야 한다”며 “정부 당국은 앞으로 3∼6개월 동안 가계대출 증가 추이를 잘 살펴야 한다”고 경고했다.
임규진기자 mhjh22@donga.com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