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개발 '뉴타운' 3곳 확정]주거-도심-신시가지형 나눠 개발

  • 입력 2002년 10월 23일 19시 09분


서울 성북구 길음동의 노후불량주택 지대.동아일보 자료사진
서울 성북구 길음동의 노후불량주택 지대.동아일보 자료사진

《서울시가 지역간 균형 발전을 위해 ‘강북 뉴타운 개발’을 포함한 지역 균형발전 추진 계획을 23일 확정해 발표함에 따라 낙후된 강북 개발이 본격화되게 됐다. 특히 강북 개발이 민간업자에 의존한 기존의 주택 재개발 방식에서 벗어나 도로 등 도시기반시설을 시가 지원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추진될 예정이어서 강북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획기적인 전기가 될지 주목된다. 》

▽개발 대상지 및 방식〓시는 강북재개발 뉴타운 시범지구로 성북구 길음동 624 일대(95만㎡)와 성동구 상왕십리동 440 일대(32만4000㎡),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예정지인 은평구 진관내동 진관외동 구파발동 일대(359만3000㎡)를 지정했다.

뉴타운 개발은 민간이 주체가 돼 소규모로 진행되던 기존의 재개발 방식을 탈피해 재개발 지역과 인접한 생활권을 광역단위로 함께 묶어 개발하는 것이 특징이다.

또 지금까지 주택재개발시 도로 등 구역 내 공공시설을 재개발조합이 부담했으나 뉴타운 개발의 경우 시가 예산을 직접 지원해 도로 공원 학교 등의 공공시설을 건설하는 등 공공부문의 역할을 높인 것도 두드러진 변화다.

▽길음 뉴타운〓노후 불량 주택이 밀집해 재개발구역이 많이 들어서 있는 이 지역은 ‘주거중심형’ 뉴타운으로 개발된다. 시는 기존의 주택재개발 구역을 중심으로 인근 지역을 하나로 묶어 공공시설을 확보한 인구 4만명의 뉴타운을 2008년까지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지정된 재개발구역은 지역 주민이 재개발조합을 설립하는 기존 방식으로 시행되며 재개발구역 밖의 일반 지역은 시가 도로 공원 등 도시기반시설을 건설한다.

시는 우선 구역 내의 도로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도봉로∼정릉길 보조간선도로(1.5㎞) △인수로∼솔샘길 보조간선도로(800m) 등을 신설키로 했으며 초등학교와 중학교 각각 1곳씩과 공원 2곳을 마련키로 했다.

시는 이달 중 개발계획 수립에 착수해 내년 6월 완료한 뒤 도시기반시설 공사를 내년 10월에 착공하고 2008년 12월까지 재개발 사업을 완료할 예정이다. 이 구역에는 용적률이 250%까지 적용된다.

▽왕십리 뉴타운〓도심과 인접한 이 지역은 주거와 상업, 업무기능이 복합된 ‘도심형 뉴타운’으로 개발된다. 현재 이 지역은 가로변에 금형제조업 등 영세한 소규모 공장과 상가 등이 밀집해 있는 데다 도로 폭이 좁고 공원 등 휴식공간이 적어 주거 환경이 열악한 상태.

4개 지역으로 나눠 개발되는 이 지역은 △청계천로변, 왕십리길은 상업 업무기능 △상왕십리 역세권은 주상복합 △기타 간선도로변은 판매시설 △내부 블록은 주거기능 등으로 개발된다.

최재범(崔在範)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청계천 복원과 연계해 도시 기능을 향상시키고 지역 생활환경도 개선하는 방향으로 개발이 진행될 것”이라며 청계천 복원사업과의 연계성을 강조했다. 시는 1차로 8만3000㎡를 우선시행구역으로 정해 2005년 말까지 1300가구의 아파트와 주상복합건물을 지을 계획이다. 이 지역은 250∼400%의 용적률이 적용돼 아파트와 주상복합 건립이 가능하다.

▽은평 뉴타운〓내년 하반기 그린벨트 해제 예정인 이 지역은 시가 도시기반 시설을 직접 건설하는 도시개발 방식으로 개발된다. 이 지역은 주거와 상업, 문화, 생태 기능을 갖춘 ‘신시가지형 뉴타운’으로 변모할 전망이다. 시는 특히 북한산 국립공원 인근에 위치해 환경 보전 필요성이 높은 이 지역의 특성을 고려해 용적률과 건폐율을 낮춰 친환경적인 모습으로 개발할 방침이다.

녹지나 나대지는 시가 강제로 취득하는 토지수용 방식이, 취락지역은 도시기반시설 용지 등을 제외한 나머지를 민간이 개발하는 환지(換地) 방식이 적용되지만 상태가 양호한 건축물은 그대로 유지된다.

시는 이 지역을 5개 구역으로 나눠 단계별로 개발하되 우선 1지구(75만㎡)에 3120가구의 아파트 단지를 2006년까지 조성한 뒤 2∼5지구는 2010년까지 개발을 마무리한다. 이 지역은 150∼200% 용적률이 적용된다.

강북 뉴타운 개발 예정지 비교
 길음 뉴타운왕십리 뉴타운은평 뉴타운
계획
인구
4만1200명
(현재
3만3200명)
2만1000명
(현재
1만1800명)
3만2200명
(2만
5100명)
개발
방향
문화 교육
중심의쾌적한
주거 중심
뉴타운
상업업무기능과
주거 기능이
어울리는 복합
도심형 뉴타운
주거생태문화
상업기능이
어우러진
신시가지형
뉴타운
개발
방식
재개발
+도시개발
재개발
+도시개발
도시개발
개발
일정
도시기반시설
개발은 2006
년까지,
최종 완료는
2008년까지
1지구 개발은
2005년까지,
2, 3지구 개발
등 최종 완료는
2006년까지
1지구 개발은
2006년까지,
2∼5지구
개발 등 최종
완료는
2010년까지

▽뉴타운 개발 향후 계획〓시는 시범 사업단지 3곳을 개발한 뒤 이를 모델로 해 연차적으로 2012년까지 강남을 제외한 서울 전역을 대상으로 뉴타운 개발을 확대키로 했다.

주거 중심형은 주택재개발 구역을 대상으로 해 24개 권역으로 나눠 진행하고 도심형은 4대문 안과 인접 도심지역을 대상으로, 신시가지형은 4대 권역별로 1개 지역씩 시행할 계획이다. 시는 또 내년에 자치구의 신청을 받아 시범지구 3곳을 추가로 지정하며 2008년까지 20여곳을 지정한다.

동북부 지역의 교통난 해결을 위해 동부간선도로의 기능이 개선되는 등 총 11개 도로 28.7㎞가 신설되거나 확장된다.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개발 문제점은▼

이명박(李明博) 서울시장은 23일 강북개발사업 추진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강북 주민들은 앞으로 10년만 참으면 쾌적한 주거환경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하지만 이 시장의 ‘희망’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3개 뉴타운을 개발하는 데 들어가는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없다.

서울시는 재원 마련과 관련해 단순히 “사업에 들어가는 비용은 공동주택 분양금과 국민임대주택건립 정부지원금, 은행 차입 등으로 충당하고 시범구역은 도시개발특별회계를 우선 투입할 것”이라고만 밝히고 있다.

도로 등 기반시설은 시가 예산을 지원하고 아파트 같은 주택은 재개발조합 등 민간에 맡기는 개발 방식의 실효성도 의문이다. 이익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 민간에 맡기면 결국 강남의 초고층 아파트처럼 개발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뉴타운 건설에 필요한 주택과 학교, 공원 등 기반시설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토지 수용이 불가피한데 이에 따른 보상문제를 둘러싸고 땅 주인과의 마찰도 예상된다.

특히 ‘은평 뉴타운’은 저밀도 개발방식을 택해 토지 매입가격을 낮게 책정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 곳은 9월부터 개발예정지로 알려지면서 투기꾼들이 몰려 땅값이 크게 올라 보상 문제로 인한 갈등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

또 8개 재개발사업을 하나로 묶어 개발하기로 한 ‘길음 뉴타운’의 경우 이미 재개발이 진행 중인 4곳은 오히려 개발이 늦어지는 손해를 볼 수 있어 해당 주민들의 반발이 불을 보듯 뻔하다.

중앙대 건축학과 손세관 교수는 “강남과 달리 산지와 구릉지가 많은 강북의 특징을 살려 개발하기 위해선 뉴타운 개발방식으론 역부족”이라면서 “강북을 특별지구로 지정하고 특별법을 만들어 기존의 방법과는 전혀 다른 법규와 세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호갑기자 gdt@donga.com

▼3곳 주민들 “숙원풀었다” 인근선 “교통지옥”우려도▼

서울시가 23일 강북 개발 시범단지 3곳을 선정해 발표하자 은평, 성동, 성북구 등 해당 지역 주민들은 도로망이 크게 개선되는 등 현대화된 신도시로 탈바꿈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들뜬 모습을 보였다.

성동구 왕십리동에 사는 김모씨(40·회사원)는 “그동안 한옥지대에서 살아 왔는데 불편이 이만저만 아니었다”며 “시가 주민들의 숙원을 풀어 줬다”고 말했다.

또 은평구 구파발동 주민 민병철씨(37·공무원)는 “이번 뉴타운 지정으로 생활 여건이 개선될 것 같아 기대가 크다”면서 “지금까지 비교적 잘 지켜온 주변 생태환경을 파괴하지 않는 방향으로 개발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성북구 길음동 주민들도 낙후된 도시환경에서 벗어나 쾌적한 주거 중심 도시에서 살 수 있게 됐다며 크게 반겼다. 반면 지정에서 제외된 인근 지역 주민들은 불만을 나타내거나 교통지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중구 신당동 주민 강성민씨(35)는 “신당동도 유력한 개발 후보지였는데 왜 빠졌는지 모르겠다”며 “시가 실태조사 결과와 함께 정확한 선정기준을 밝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그러나 이들 지역은 9월부터 신도시 개발 예정지로 알려지면서 개발에 따른 기대감이 커지고 투자자들이 몰려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는 등 벌써부터 투기 열풍도 우려되고 있다.

특히 서울시가 이들 지역을 발표와 동시에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지 않고 추이를 보아 가면서 투기 과열이 우려되면 그때 가서 지정하겠다고 밝혀 투기 열풍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적잖이 나오고 있다.

노후 주택이 밀집된 은평구 진관내동 진관외동의 경우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예정 발표와 함께 신도시 개발 정보가 나돌면서 땅값이 크게 올랐다.

8월 평당 가격이 평균 400만∼500만원에 불과했으나 최근 600만∼700만원으로 뛰었으며 불광역 근처는 600만∼1000만원을 호가하고 있다고 인근 부동산중개업소들은 전했다.

특히 이 일대 부동산중개업소에는 하루 수십 통의 전화와 10여명의 투자자들이 찾고 있지만 매물이 거의 자취를 감춘 상태다.

지하철 4호선 길음역 주변 성북구 재개발지대도 사정은 마찬가지. 길음동 624 일대를 비롯해 인근 지역까지 합해 1만2000여가구 규모의 재개발이 이미 진행되고 있는데 9월에 비해 20∼30% 오른 평당 500만∼600만원에 거래되고 있는 실정이다.

황금천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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