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23일 밤 “칠레측이 ‘금융시장 개방’ 문제를 협상에서 제외하자는 주장을 굽히지 않을 경우 ‘금융’부문과 관련한 칠레측의 요구를 상당 부분 받아들여서라도 협상을 체결하는 방향으로 정부 의견이 모아졌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협상 최종 시한인 24일 자정까지 e메일 교환 등을 통해 협상을 계속하며 금융 분야를 포함하도록 노력하겠지만 칠레측이 끝내 받아들이지 않으면 금융은 우리 정부가 양보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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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정부가 칠레측의 요구를 받아들여 ‘금융시장 개방’을 협상에서 제외할 경우 다른 국가와의 협상에서 나쁜 선례가 될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그러나 세계무역기구(WTO) 체제하에서 진행중인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에 금융시장 개방 문제가 포함돼 있어 DDA 협상에 의해서도 칠레 금융시장이 일부 개방될 수 있는 것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22일 재정경제부가 국내 금융업계 관계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업계 관계자들이 “당장은 칠레에 진출할 계획이 없고 칠레 금융시장은 ‘상업적 이익’이 많지 않다”고 전달한 것도 금융분야를 양보할 수 있다는 쪽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칠레가 우리측의 요구를 받아들여 사과와 배를 협상 대상에서 빼고 포도에 대해 계절관세를 허용하는 등 농산물 분야에서 유연한 자세를 보인 것을 감안, 칠레측이 민감하게 생각하는 금융분야에 대해서는 칠레측의 입장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협상 막바지에 최대 현안이 됐던 ‘금융’ 분야가 해소돼 협정이 타결되면 일본 멕시코 등 다른 나라와의 FTA 협상 추진도 힘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FTA 체결을 반대해 온 농민들의 반발이 예상돼 정식 협정이 체결된 후 국회 승인 등 비준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구자룡기자 bonhong@donga.com
천광암기자 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