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가 기업 경쟁력 해친다”

  • 입력 2002년 10월 25일 19시 05분


공정거래위원회가 자의적 판단으로 시장 경쟁에 과도하게 끼어 들어 한국 기업의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또 공정위의 정치적 독립성과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시민단체인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공동대표 송병락·宋丙洛 서울대 교수)는 25일 서강대에서 공정거래정책의 올바른 방향 모색을 위한 심포지엄을 열었다.

주제 발표자로 나선 대구대 전용덕(田溶德·경제무역학부) 교수는 “공정위가 올바른 경제이론에 근거하지 않고 시정명령을 내리거나 과징금을 매겨 기업과 경제 전체에 많은 비용을 부담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2001년 한해동안에만 225개 기업에 과징금 1602억원을 물리고 347건의 시정명령을 내렸으며 66건의 소송을 냈다. 또 2000년에는 113개 기업에 무려 2233억원의 과징금을 매겼다.

전 교수는 “공정위의 조사를 받느라 기업이 부담한 시간과 자원의 손실도 매우 크다”면서 “공정거래법으로 인한 많은 폐해가 기업의 경쟁력을 잠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현행 공정거래법은 정확한 독점의 정의(定義)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며, 계약 자유 원칙을 훼손하는 등 반(反)자본주의적 요소를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의 조성봉(趙成鳳) 선임연구위원도 “공정거래정책이 과학적인 분석이나 객관적인 근거보다 여론의 추이에 의존해 국민적 감성을 충족시키려 해왔다”고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공정거래정책이 과정과 결과를 지나치게 강조, 경쟁 자체를 손상시키는 바람에 효율적으로 경쟁을 촉진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공정거래정책을 올바르게 하기 위해서는 △정책판단과 조정기능을 없앨 것 △기업의 지배구조 및 재무구조 개선정책을 공정거래정책에서 분리할 것 △경제력집중 억제정책을 폐기할 것 △공정위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할 것 등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 이재구(李載求) 독점정책과장은 “지분 4%를 가진 그룹 총수가 계열사 순환출자를 이용해 계열사 전체를 지배하는 왜곡된 소유지배구조로 인한 폐해가 많다”면서 “기업지배구조 등 시장규율시스템이 작동되기 전까지는 경제력 집중억제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일부 경제학자와 재계인사들이 공정거래법은 단 하나의 목적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법의 사회성과 시대성이라는 측면에서 충분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천광암기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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