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브리지캐피털은 이 같은 주주 구성 내용이나 변동사항을 감독당국에 알리지 않아 은행법이 규정한 대주주의 지분변동 신고의무 등 관련 법규를 어긴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는 이런 사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공적자금이 17조원이나 들어간 제일은행에 대한 ‘관리 감독 부재(不在)’란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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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본보 취재팀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뉴브리지는 케이맨군도 소재 ‘KFB 케이맨 홀딩스’와 말레이시아 소재 ‘KFB 뉴브리지 홀딩스’ 등 2개의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두 다리 건너’ 제일은행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한 금융전문가는 “이는 대주주가 누구인지 알아내기 어렵게 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안형도 연구위원은 “자금 원천을 조사한다면 최소 4개국 금융당국과 공조를 벌여야 하는 등 매우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투자회사인 소프트방크가 제일은행의 주요 주주라는 사실도 최근 밝혀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7일자에서 ‘소프트방크가 제일은행 지분을 매각해 170억엔(약 1700억원)을 조달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제일은행이 2000년 3월 소프트방크의 이사였던 조너선 엡스타인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한 것은 불법인 것으로 드러났다. 증권거래법은 ‘주요 주주 및 특수관계인’에게는 스톡옵션을 부여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제일은행이 대주주의 불투명성을 악용해 국내법을 어긴 것.
이에 따라 은행 경영 경험이 없는 정체 불명의 펀드에 제일은행을 매각한 결정이 잘못됐을 뿐 아니라 이후 정부의 감독도 부실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제일은행에는 97년 이후 17조원의 공적자금(매각 이후 5조원)이 투입됐고 앞으로도 1조원 이상이 경영 부실을 메우기 위해 동원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제일은행은 자산 규모 27조5000억원의 ‘미니 은행’으로 전락했으며 매각 당시 42억달러에 달하던 외화자산은 올 6월 현재 15억8000만달러로 줄었다.
김용기기자 y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