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LG 계열사 임원 대폭 줄인다

  • 입력 2002년 10월 30일 17시 55분


LG그룹이 각 계열사 임원을 상당수 줄이는 것을 뼈대로 하는 인사 방침을 정했다. 또 연내에 임원진을 내정해 새해부터는 사실상 새 임원진에 의해 경영이 이뤄지도록 할 계획이다.

LG의 임원진 개편이 조기에 가시화되면 다른 그룹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LG그룹 고위 관계자는 “계열사별로 이미 올 목표치 대비 사업단위별 실적 점검에 착수해 11월 중 인사평가작업을 마칠 예정”이라며 “늦어도 12월 중순에는 인사 윤곽이 나올 것”이라고 30일 밝혔다.

그는 또 “인사 폭이 크지는 않지만 사업단위별로 10∼15%가량의 임원을 줄이는 반면 승진 인사는 10%선이 될 것이어서 외환위기 이후 추진해 온 조직 슬림화 작업이 올해도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LG는 2000년 7월부터 사장, 부사장, 상무 3단계로 임원 직급을 단순화했는데 이 설명대로라면 전체 임원 600여명 중 최대 90여명이 줄어들 전망이다.

이에 대해 LG구조조정본부 관계자는 “12월 중 실적평가를 마무리해 늦어도 내년 초 인사를 단행한다는 게 공식 인사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설명에 따르더라도 “내년 3월 주주총회 이전에는 인사가 없다”던 당초 일정보다는 인사 시기가 크게 앞당겨진 셈이다.

특히 구본무(具本茂) 그룹 회장과 각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과의 인터뷰가 내달부터 이어질 예정이라 조기 인사설이 힘을 얻고 있다.

구 회장은 인터뷰에서 각 계열사 현황을 파악하고 내년 사업계획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지만 실제로는 각 계열사 CEO가 내년 사업계획을 승인받는 자리로 구 회장이 동의하지 않으면 해당 CEO 및 임원은 곧바로 자리를 떠나는 게 관례로 돼 있다.

LG가 이처럼 인사 시기를 앞당기는 것은 내년 경제 전망이 불투명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사업단위별로 임원진을 미리 정비, 새 경영진의 주도로 내년 사업을 차질 없이 이끌어나가겠다는 포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LG뿐만이 아니라 삼성그룹도 인사 시기를 대폭 앞당기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다만 각 기업이 주주총회 및 외부 시선을 의식해 이를 공개적으로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새해부터 새 임원진이 회사를 이끄는 것이 당연한데도 주총을 기다리느라 2개월 가량을 허송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LG가 임원 인사를 조기에 단행하면 다른 그룹도 동조하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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