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이상 거주해온 순수 입주자들은 “오를 때 팔지 못한 것이 억울하다”며 다소 아쉬워하는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반면 한창 가격이 상승하던 올 상반기에 ‘상투’를 잡고 입주한 주민들은 “승인 불가로 웃돈을 내고 들어온 것이 물거품이 됐다”며 심하게 속앓이를 하고 있다.
전문투기꾼 사이에서도 ‘프로’와 ‘초보’간의 입장도 판이하게 다른 상황.
‘프로’들은 이미 시세차익을 남기고 떠났거나 “언젠가는 승인받을 것”이라며 느긋해하는 반면 승인 후 가격 상승의 기대감을 버리지 못했던 ‘초보’들은 “큰 손해를 봤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올 여름 4억여원을 주고 입주한 한모씨(43)는 “원래 은마에 살다가 지난해 중순 3억2000만원을 받고 판 뒤 다시 빚을 얻어 들어왔다”며 “승인 불가로 당장 1억원 정도를 손해본 셈”이라고 말했다.
가장 큰 피해는 단기차익을 노린 ‘초보’ 투기꾼들.
3년 전부터 집 3채를 구입해 전세를 놓은 이모씨(63)는 “재건축만 되면 큰돈을 벌겠다고 생각했는데 손해만 보게 됐다”며 “이제 급락 추세가 계속될 테니 팔지도 못하게 됐다”고 한숨지었다.
올 초 2곳의 아파트를 산 장모씨(47·여)도 “5억원까지 올랐던 5, 6월에 팔려고 했지만 10억원까지 오른다는 말이 나와 안 팔았다”며 땅을 쳤다.
주변 부동산 중개업소들도 마음이 쓰리기는 마찬가지.
M부동산업소는 “승인 후에는 기대심리가 작용해 매매가 상당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며 “앞으로 상당기간 장사를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환호를 지르는 사람들도 있다. 이른바 ‘깔세(실소유자 대신 재건축 승인 후 일정기간까지만 임시로 거주하기로 한 세입자)’들과 인근 상인들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는 상황.
상인 양모씨는 “은마 같은 대형 단지가 재건축 승인을 받으면 공사가 끝날 때까지 5∼6년 간 이 지역 상권은 죽는다고 보면 된다”며 “개정된 도시주거환경 정비법이 내년에 시행되면 10년 이상 현 상태가 유지될 수 있어 정말 반가운 소식”이라고 말했다.
양씨는 “주변에서 간판을 새로 바꾸는 업주들이 늘고 있다”며 “그동안 재건축 바람으로 안 해왔던 일종의 시설투자를 이제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재건축 승인 후 1년간만 살기로 계약한 안모씨(42)는 “우리 같은 ‘깔세’ 입장에서는 더 오랫동안 싼값에 이곳에서 살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진구기자 sys1201@donga.com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주민들 "헌법소원 검토"▼
한편 은마아파트 재건축조합은 30일 “낡을 대로 낡아 누가 보더라도 재건축 대상임이 명백한 데도 안전진단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판정한 것에 대해 승복할 수 없다”며 “헌법소원을 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건축조합은 “관(官)에서 재건축을 주도하도록 돼 있는 주택건설촉진법 시행령은 사유재산권과 헌법상 보장된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주민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절차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합은 이와 함께 11월 말이나 12월 초 강남구에 다시 재건축을 위한 안전진단 심의를 신청하기로 했다.
박대식(朴大植) 조합장은 “재건축 신청 요건이 현재 완공 후 20년에서 곧 20∼40년으로 강화될 것으로 보여 관계 법령이 바뀌기 전에 재신청할 계획”이라며 “조만간 동 대표자 회의를 열어 재신청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