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兆대 자본금 허위납입… 사채큰손-은행원등 68명 적발

  • 입력 2002년 10월 30일 23시 34분


시중은행과 결탁해 1조3000억원 규모의 자본금을 가장 납입해준 대가로 거액의 수수료를 챙기고 ‘이용호 게이트’의 주역인 이용호(李容湖·44·구속)씨 등 기업사냥꾼에게 수십억∼수백억원의 주가조작 자금을 지원해 준 사채업자와 은행간부 등 68명이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지검 형사9부(이인규·李仁圭 부장검사)는 30일 서울 명동 사채업자인 반재봉씨(58)와 우리은행 명동지점장 박득곤씨(50) 등 7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횡령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또 가장 납입 알선과 함께 수수료를 챙긴 법무사 김광술씨(71) 등 54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7명을 지명 수배했다.

▽사채업자 11명이 ‘깡통회사’ 1만여개 세워〓반씨는 사위 전계수씨(28·불구속)와 짜고 지난해 5월부터 올해 8월까지 자본금 1억원당 평균 7만원의 수수료를 받고 5120개 법인에 6540억원을 납입한 것처럼 꾸몄다. 검찰은 반씨 등 사채업자 11명이 지난해 5월부터 올해 9월까지 가장 납입으로 자본금이 한푼도 남지 않은 ‘깡통회사’를 1만337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깡통회사들은 물품을 대량 구입한 뒤 부도를 내고 달아나는 ‘딱지어음 사기’나 입찰담합비리에 다시 이용됐다고 검찰은 전했다.

▽거대 사채업자가 기업사냥꾼 돈줄〓반씨는 ㈜레이디를 인수한 이용호씨에게 300억원, 유니시엔티 주가조작을 한 휴먼이노텍 회장 이성용씨(39·구속)에게 50억원 등 4개 기업의 유상증자 대금 924억원을 거짓으로 넣은 것처럼 꾸며주고 6억원의 수수료를 받았다. 이용호씨 등은 이를 이용해 거액의 회사자금을 가로채고 주가를 조작해 막대한 이익을 챙겼다.

반씨는 또 이용호 게이트에 연루된 전 대양상호신용금고 대주주 김영준(金榮俊·구속)씨에게 84억원을 주고 9억원의 수수료를 받는 등 작전세력에 자금을 직접 제공하거나 시세조종에 가담해 23억7000여만원을 챙겼다고 검찰은 전했다.

▽배후는 은행〓박득곤씨 등 은행간부들은 가장납입금을 보호해주는 대가로 반씨에게서 수백억원의 ‘별단예금’(은행이 예금자에게 이자를 전혀 지급하지 않는 예금)을 유치했다. 이들은 채권자들이 반씨의 주금을 압류할 것에 대비해 반씨가 영업시간 이후에 입출금이 가능토록 해줬으며 반씨 관련 업무만 담당하는 직원 2명을 따로 뒀다고 검찰은 밝혔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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