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악의적 채무자는 구제 안해"

  • 입력 2002년 11월 1일 17시 46분


법무부는 ‘낭비’로 인한 개인 파산자의 빚도 탕감받을 수 있도록 ‘통합 도산법’을 제정키로 한 방침과 관련해 악의적인 채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보완장치를 마련하겠다고 1일 밝혔다.

법무부 관계자는 “파산한 사람들에게 다시 재기할 수 있는 기회를 늘려주기 위해 내년에 실시할 예정인 ‘통합 도산법’에서는 현행 파산법 367조 1항(과태파산죄)의 1호에 있던 면책 불허 사유 가운데 ‘낭비’를 삭제하기로 했다”며 “그러나 ‘타인으로부터 돈을 빌려 마구 낭비한 자’에 대해서는 ‘과도한 채무를 부담하는 자’로 규정해 앞으로도 면책이 불가능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종전에는 법원에서 면책 허가를 받으면 파산 선고자의 모든 채무에 대해 변제 책임이 면제됐으나 앞으로는 낭비로 인한 채무는 제외하고 나머지만 면책시켜주는 ‘일부 면책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법무부는 이와 함께 6일 개최할 예정인 공청회 등을 통해 악성 채무자를 막기 위한 각계의 의견을 수렴한 뒤 추가로 면책 제도 남용 방지책을 마련키로 했다.

하종대기자 orionha@donga.com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파산면책' 전문가 진단▼

정부가 통합 도산법을 만들어 개인회생제도를 도입하고 낭비로 인한 파산도 면책(免責)을 허용키로 한 데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소비자파산제도에서 면책이란 파산선고를 받고 ‘빚잔치’를 한 개인들의 남은 채무를 면제해 주고 파산선고의 불이익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제도다. 현행법에서는 낭비로 인한 채무는 면책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이에 비해 개인회생제도는 파산선고를 받기 전에, 정기적인 수입을 통해 빚을 갚을 능력과 의지가 있는 개인을 대상으로 5년간 최선을 다해 빚을 갚게 하고 남은 채무를 탕감해주는 제도다.

중앙대 전병서(田炳西·법학과) 교수는 “면책의 범위를 가급적 폭넓게 인정해서 ‘성실하지만 운이 없어 파산한 사람들’의 재출발을 돕자는 것은 선진국들의 공통된 입법 추세”라면서 “일정 기간 성실하게 빚을 갚으면 남은 채무를 탕감해 평생 ‘빚의 노예’로 사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또 “개인회생제도가 도입돼도 빚을 갚을 능력과 의지가 없는 사람은 혜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악용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예상했다.

동국대 이상영(李商永) 교수는 “이달부터 시행된 ‘개인워크아웃제도’는 적용범위가 제한돼 있고 법적 강제력이 없어 과거 ‘부도유예협약’처럼 실패할 것”이라며 “예기치 않은 부도나 실업 때문에 파산 위기에 처한 개인의 회생을 도울 수 있는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낭비로 인한 파산은 신용카드를 마구 발행하고 신용관리를 허술하게 한 금융기관들의 책임도 있는 만큼 일부 제한적으로 면책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

반면 서울대 최현자(崔賢子·소비자학과) 교수는 “자기가 진 빚은 반드시 자기가 갚는다는 원칙이 있어야 채무자들의 도덕적 해이와 신용불량자 양산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개인워크아웃제도를 시행하는 마당에 개인회생제도를 도입하고 면책범위를 넓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개인워크아웃제도를 운영할 때도 채무를 탕감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건국대 이승신(李承信·소비자주거학과) 교수도 “신용불량자 규정을 완화할 필요는 있지만 파산제도를 바꿔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소비자 파산 원인
경제적 원인-경제 불황에 따른 사업 실패, 실업, 소득 감소-카드사의 신용카드 발급 남발, 정보관리 소홀
법률적 원인-채무 보증 -이자제한법 철폐 -채무 상속
사회제도적 원인-의료보험 등 사회보장제도의 미흡-고리사채업 성업-카드소지자에 대한 본인 확인제도 미흡
개인적 원인-무계획적인 소비-무분별한 카드 사용-개인워크아웃제도 실시에 대한 기대감-책임의식 결여
자료: 동국대 이상영 교수

천광암기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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