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시가총액 8위 업체인 엔씨소프트 거래소 이전 결의.
15일 모닷텔의 코스닥 등록을 위한 공모주 청약에서 사상 처음으로 공모에 실패.
21일 코스닥위원회 시장안정화 방안 발표.
23일 대책 발표 이틀 만에 국보디자인 거래소 이전 결의로 충격.
31일 RF로직 소프트윈 에이콘 등이 서로 짜고 매출을 부풀리다 고의부도를 냈다는 의혹 불거짐. 피해 업체 다수.
총체적 난국이다. 1년에 몇 번 정도 있을 법한 일들이 코스닥시장에서는 10월 한 달에만 자고 나면 벌어졌다.
기관투자가들은 아예 코스닥종목을 제쳐 놓았고 외국인들은 손절매에 나섰다. 불쌍한(?) 개인투자자들만 지수 60선 이상에서 사들인 주식을 그대로 보유한 상황.
시장 전망이 어둡다 보니 코스닥을 떠나 거래소로 옮기려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엔씨소프트와 국보디자인 외에도 마니커 교보증권 삼영 세종공업 태경화학 신세계건설 우신시스템 한국콜마 등이 올해 거래소 이전을 결의했다.
‘코스닥 엑소더스’ 현상은 주가가 기업가치보다 낮은 이유가 기업 자체보다는 코스닥시장에 있다는 기업들의 불만을 보여 준다.
하지만 이에 대한 책임을 나눠 갖고 있는 3개 기관은 기형적 구조로 인해 시장의 위기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코스닥 관련 기관은 증권업협회 코스닥위원회 코스닥증권시장 등 3개.
협회는 위원회의 상위기관이지만 코스닥과 관련된 주요 기능을 위원회에 위임했다. 따라서 위원회는 등록 심사와 퇴출, 제도 개선, 감리, 주가 감시, 불공정거래 조사, 규제, 처벌 등 대부분의 주요 기능을 가진 독립기관이다.
문제는 사실상 아무런 권한이 없는 증권업협회장이 명목상 최고 책임을 진다는 점. 실제로 위원회에 대한 처벌을 증권업협회장이 받은 적도 있다.
매매 체결과 공시기능만을 떼 내 코스닥증권시장에 맡긴 것도 이상하다. 미국 나스닥시장은 코스닥위원회와 코스닥증권시장의 기능을 함께 갖고 있다.
3개 기관은 홈페이지에 코스닥 관련 공시와 뉴스를 각각 올린다. 홍보도 각각 한다. 그러다 보니 ‘잘 한 것은 내 덕, 못 한 것은 네 탓’인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비슷한 기능이 기형적으로 나뉜 이유는 분명치 않다. 다만 퇴임한 관료들이 기관장 자리를 주로 맡는다는 점을 눈여겨볼 만하다. 윤종화 증권업협회 부회장, 신호주 코스닥시장 사장, 정의동 코스닥위원회 위원장은 모두 행시 12회로 재무부와 재정경제부에서 일했다.
96년 7월 1일 지수 100으로 출발한 코스닥시장의 지난주 말 지수는 47.64.
시장이 쪼그라든 만큼 ‘한 지붕 세 가족’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눈은 싸늘하기만 하다.
you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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