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뉴타운 ‘후끈’ 경기지역 ‘꽁꽁’

  • 입력 2002년 11월 4일 17시 27분


1일 정부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일대 20억평을 토지거래허가구역(이하 허가구역)에 편입시키기로 함에 따라 부동산 시장이 크게 술렁이고 있다.

서울은 허가구역 지정이 곧 뉴타운 개발을 뜻한다. 따라서 땅값이 되레 오르고 매물은 회수되고 있다. 투기 방지를 위해 허가구역으로 묶었지만 개발재료만 확인시켜 준 셈이다. 반면 경기도는 거래가 뚝 끊길 만큼 타격을 받고 있다.

▽강북뉴타운 오히려 강세〓기존 뉴타운 후보지 3개 동 이외에 추가로 허가구역에 포함된 곳은 △성북구 정릉동 △성동구 하왕십리동 홍익동 도선동 △동대문구 용두동 신설동 △중구 신당동 황학동 △종로구 숭인동 등 9개 동이다.

이들 지역에서는 20평 미만 소규모 주택을 중심으로 호가가 급등하고 있다.

숭인동 숭인공인 최문기 사장은 “15평 이하 주택이 평당 700만∼800만원에 거래됐지만 최근 1주일간 매도 호가가 1000만원까지 치솟았다”고 전했다. 그는 또 “상왕십리동과 주변 지역이 집중 조명을 받으면서 매수자가 평소보다 갑절 이상 늘어 전화 문의만 하루에 10통 이상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용두동 일대 노후주택도 마찬가지.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평당 500만∼600만원 하던 땅을 700만원까지 준다고 해도 안 판다”며 “땅 구경을 할 수 없는 지경”이라고 귀띔했다.

아파트 값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주변 지역이 정비되면 주거환경이 좋아질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

하왕십리동 청계벽산아파트 45평형은 지난주 초 3억5000만원에서 지금은 4억원까지 호가가 올라 있다. 집주인들이 값을 너무 높여 부르는 탓에 거래는 안 된다. 인근 부동산 업소인 최경희공인 이동훈 실장은 “청계천 복원과 뉴타운 개발이라는 호재가 겹치면서 가격이 뛰고 있다”며 “실제 거래는 3억7000만∼3억8000만원 선에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매, 틈새시장 부상〓뉴타운 지역 경매도 한창 물이 올랐다. 허가구역으로 지정돼도 경매로 취득한 부동산은 허가 심사를 받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경매정보 제공업체인 지지옥션(www.ggi.co.kr)에 따르면 10월 서울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은 83.8%로 9월보다 1.3%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하지만 은평구 내 대지의 낙찰가율은 107.4%로 9월 62.6%보다 44.8%포인트나 급등했다. 낙찰가율이 100%를 넘으면 감정가보다 높은 값에 낙찰됐음을 뜻한다. 길음뉴타운이 포함된 성북구 내 아파트도 9월 86.5%에서 10월 93.6%로 올랐다. 왕십리뉴타운이 있는 성동구 아파트도 9월 99.3%에서 10월 108.7%로 뛰었다.

▽경기도 “일단 관망”〓경기도에서 거래되는 땅은 100평 이상 대형 토지가 대부분이다. 토지거래 허가 대상에 포함된다.

용인시 수지읍 더존공인 김만성 사장은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그간 활황이던 토지시장이 얼어붙을 게 확실하다”고 전망했다.

용인시 동천동 일대 준농림지는 평당 250만원. 올 들어서만 150만원이 올랐다.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냉각 기미가 감지되고 있다.

택지개발예정지구로 지정돼 거래가 활발했던 광명시 소하지구 주변은 주말 이후 된서리를 맞은 분위기다. 그간 빗발쳤던 투자문의가 끊겼다.

소하지구 남서울부동산 안일환 사장은 “가격은 종전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땅을 사겠다는 이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전원주택지로 각광받던 양평군도 사정이 마찬가지다. 실수요자마저 관망세로 돌아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부동산 최영현 사장은 “전원주택지를 사달라고 부탁했던 외지인들이 조금 더 기다려 보자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고 전했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차지완기자 marudu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