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美 ´악천후´ 뚫고 한국車 잘 달릴까

  • 입력 2002년 11월 4일 17시 37분



경기침체로 미국의 내년도 신차 수요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특히 대(對)이라크전쟁으로 유가부담이 커지면 신차 수요는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국내 완성차업체의 미국 수출 전망도 함께 어두워지고 있다. 국내 완성차업체의 대미 수출 비중은 60%에 육박할 만큼 미국시장 의존도는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일부에선 한국차는 예외라고 주장한다. 미국의 경기침체가 지속될수록 한국차의 저가 메리트가 부각되면서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불안한 미국시장〓미국의 자동차 재고 수준은 최근 10년간 최고치를 기록하다가 작년 9·11테러 이후 제너럴모터스(GM) 등 자동차업체가 무이자할부 등 판매경쟁을 벌이면서 뚝 떨어졌다. 문제는 그 이후부터. 경기침체로 구매심리가 약화되면서 재고 수준이 다시 높아지자 무이자판매 시한을 연장하는 등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의 소비자신뢰지수는 최근 4개월 연속 하락했다. 경제회복 지연과 대이라크전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소비심리는 더욱 위축될 조짐이다. 현대차는 10월 한 달 동안 미국시장에서 2만6297대를 팔아 작년 동기에 비해 무려 23%나 감소했다. 특히 쏘나타는 4704대 판매에 그쳐 39%나 판매량이 급감했다. 기아차 역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7%가량 줄었다.

메리트증권 이영민 애널리스트는 “자동차업체의 가격할인 경쟁으로 내년쯤에나 구매를 고려하던 소비자들이 올해로 구매 시기를 앞당겨 내년 수요는 더욱 줄어들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빛 좋은 개살구, ‘빅3의 불행’〓가격할인 경쟁으로 GM 포드 다임러크라이슬러 등 ‘빅3’의 매출은 늘어났지만 수익성은 현저하게 나빠지고 있다. GM의 3·4분기 매출은 436억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6%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63% 감소했다. 영업이익률도 작년 3·4분기 4.0%에서 올해는 1.4%로 크게 떨어졌다. 포드도 3·4분기 매출이 8.4%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1억6000만달러 적자를 면치 못했다.

퇴직자들을 위해 조성한 연금펀드의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는 것도 빅3의 발목을 잡는 요인. 미국 경기회복 지연으로 수익률이 악화될 경우 빅3는 추가출자 부담으로 재무안정성이 나빠질 수도 있다.

▽한국차, 내년 대미 수출 전망은?〓동부증권 조수홍 애널리스트는 “대이라크전쟁 발발 가능성 등 불확실한 요인이 너무 많다”며 “내년이 올해보다 특별히 좋아질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말했다. 그는 신차 수요 위축으로 미국 전체 판매시장이 감소하면 한국차 판매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용민 애널리스트는 “유가상승 부담이 커질 경우 상대적으로 가격부담이 적은 한국차의 구매가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품질개선도 뒷받침하고 있다. 예컨대 현대의 뉴EF쏘나타와 싼타페는 2002년 J D파워의 하반기 초기품질지수(IQS)의 중형차부문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부문 평가에서 각각 2, 3위를 차지했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이동원 연구원은 “10월 이후 미국시장 내 자동차 판매 감소가 본격화되고 있다”며 “한국차에 미치는 영향은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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