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자주 바뀌면 돈벌 일 없다"

  • 입력 2002년 11월 5일 19시 00분



‘지배구조가 튼튼한 기업 가운데 우량기업이 많다. 반대로 최대주주가 자주 바뀌는 기업은 주주에게 손실을 안겨줄 확률이 높다.’

최근 증시에서는 최대주주가 바뀌면서 주가가 급등하는 기업이 종종 눈에 띈다. 지난달 새 주인을 맞은 창흥정보통신이 최근 7거래일 가운데 5일 상한가 행진을 펼친 것이 좋은 예.

어차피 부실한 기업이기 때문에 최대주주가 바뀌면 뭔가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투자심리를 자극한다. 이를 단기 재료로 삼아 적절히 치고 빠져 수익을 올리는 전문 트레이더도 나온다.

그러나 일반투자자는 최대주주가 자주 바뀌는 종목을 아예 거들떠보지 않는 게 상책이다. 이런 기업은 주주에게 감당하기 힘든 치명적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나 최대주주〓최근 2년 사이에 최대주주가 가장 많이 바뀐 기업은 바른손. 2000년 5월 창업주가 지분을 고제에 넘긴 이후 최근까지 무려 15번이나 최대주주가 바뀌었다.

처음으로 바른손을 인수한 고제는 지분을 미래랩에 넘겼고, 미래랩은 4개월 만인 2000년 11월 지분을 장내 처분해 300억원의 차익을 챙겼다. 이후 이 회사는 해외 전환사채(CB)를 인수한 해외 펀드들이 CB를 주식으로 전환할 때마다 대주주가 바뀌는 ‘주인 없는 회사’가 되고 말았다. 이 와중에 영업도 엉망이 돼 올해 상반기에 173억원의 적자를 냈다.

국영지앤엠도 주인이 왔다갔다한 회사. 최대주주인 최재원 사장의 지분이 10%에 못 미치는 바람에 올해 1월 한 투자회사로부터 적대적 인수합병을 당했다. 그러나 투자회사가 4월에 다시 국영지앤엠 지분을 매각해 최 사장은 경영권을 되찾았다. 하지만 인수합병을 재료로 2월 한때 8000원까지 치솟았던 주가는 4월부터 폭락해 최근 1200원대까지 하락했다.

▽문제 있는 회사〓회사가 기반이 튼튼한지, 앞으로 더 뻗어나갈 수 있는지 여부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경영권을 가진 최대주주다. 따라서 최대주주가 회사를 버린다면 대부분 뭔가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다는 뜻이다.

특히 최대주주가 바뀌는 것을 ‘재료’로 보는 시각은 대단히 위험하다는 지적. 이런 회사는 거품이 끝나고 주가가 빠지기 시작하면 원래 주가의 5분의 1이나 10분의 1로 폭락하기 일쑤다. 매도 시점을 잡지 못하면 손절매도 못하고 투자금액 전부를 삽시간에 날릴 수 있다.

반대로 지배구조가 명확하고 뚜렷한 기업일수록 투자자의 재산을 홀랑 날릴 만한 대형 악재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인수합병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작전 대상이 되지도 않고 주가에 엉뚱한 거품도 별로 없다. 신도리코 신영증권 퍼시스 코메론 동서처럼 최대주주와 그 지배권이 명확한 회사는 주가가 실적에 맞게 정직하게 움직인다.

대학투자저널 최준철 발행인은 “회사의 비전이 얼마나 형편없으면 최대주주까지 주식을 팔고 나오겠느냐”며 “그런 회사에서 월척을 건질 생각을 하다가는 낭패를 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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