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보다 뛰어난 실적을 올린 회사를 꼼꼼히 살펴보면 지금까지 알고 있던 것과 전혀 다른 사업을 하는 것을 가끔 발견할 수 있다.
겉보기와는 다른 일을 하는 회사, 그리고 그 숨겨진 가치가 아직 주가에 반영되지 않은 회사는 실적 위주로 투자하는 정석투자자에게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주5일 근무 수혜주?〓흔히 주5일 근무 수혜주라고 하면 여행 호텔 카지노 관련 회사를 떠올린다. 카오디오 관련 제품을 만드는 다함이텍, 화학원료를 만드는 태경산업을 주5일 근무 수혜주라고 하면 믿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
다함이텍의 진가는 시장점유율 85%를 자랑하는 카오디오 부품이 아니라 자회사 다함넷에 있다. 다함이텍이 100% 가까운 지분을 갖고 있는 다함넷은 시가 1000억원짜리 골프장을 갖고 있는 팩토링금융회사. 주5일 근무제로 골프장을 찾는 인구가 늘면 다함이텍의 실적이 늘어나는 구조를 갖고 있다.
태경산업이 주로 만드는 제품은 이름도 어려운 중질탄산칼슘과 제강정련제. 그러나 태경산업이 숨겨놓은 진주는 1995년 민영화 입찰로 운영을 시작한 영동고속도로 문막휴게소와 지난해 12월 개장한 서해안고속도로의 서산휴게소다.
고속도로휴게소는 알려진 대로 마진이 대단히 높은 알짜 사업. 주5일 근무제가 본격화해 주말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사람이 늘수록 태경산업의 실적도 크게 좋아진다.
▽이름과 주력사업이 다른 회사〓제일모직이라고 하면 10여개 패션 브랜드를 앞세운 종합 의류 회사가 먼저 떠오른다. 그런데 이 회사의 올해 3·4분기까지의 실적을 살펴보면 최대 매출을 올린 분야는 패션(약 6000억원 추정)이 아니라 화학분야(약 6400억원 추정)다. 특히 올해 매출에 크게 이바지한 분야는 옷하고는 관계없는 인조대리석 판매다.
LG상사는 언뜻 보면 종합무역회사 같지만 엄밀히 말하면 ‘옷 만드는 회사 반, 무역회사 반’인 기업이다.
경기에 따라 수익이 들쭉날쭉하기 마련인 무역회사가 주주들에게 고배당을 장담하는 것은 패션부문(LG패션)의 수익이 워낙 안정적인 덕분. 닥스 마에스트로 등 영향력 있는 브랜드를 앞세운 패션 분야가 내는 이익이 LG상사 전체 이익의 4분의 3을 차지한다.
서울대 투자연구회 김민국 회장은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각 회사의 강점을 찾아내 투자 아이디어로 삼는다면 남들보다 앞선 투자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