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소비자들이 소비재를 수용하는 속도가 빠르다 보니 외국기업들은 한국 시장에서 먼저 제품 반응을 타진한 뒤 세계 시장에 본격 시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올봄 미국 통신기기 제조업체 모토로라가 한국에서 선보인 무전기 ‘GP2100’은 월드컵과 부산 아시아경기의 진행요원들 사이에서 통신수단으로 인기를 끌더니 최근에는 외식업체의 서비스 요원들도 들고 다닌다.
이 제품은 기존 무전기가 가지고 있는 투박한 디자인에서 벗어나 초경량 휴대전화형이며 음성 통화 이외에 문자메시지 같은 데이터를 송수신할 수 있다. 한국 소비자들의 ‘입맛’에 딱 맞게 만들어진 이 제품은 모토로라가 한국에만 공급하는 제품이었는데 내년부터 미국에서도 시판될 예정이다.
지난달 출시된 미국 자동차회사 제너럴모터스(GM)의 고급 승용차 ‘캐딜락 CTS’의 경우 미국을 빼고는 세계에서 가장 먼저 한국 시장에 선보였으며 독일 BMW 역시 뒷좌석을 넓힌 최고급 모델 ‘745Li’를 한국에서 가장 먼저 내놓고 아시아 시장을 타진중이다.
미국계 생활용품업체 P&G가 한국용으로 만든 생리대 ‘위스퍼 그린’은 녹차 성분을 포함시킨 제품으로 한국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끈 뒤 세계 시장으로 수출된 경우다. 위스퍼 그린은 제품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만든 광고와 마케팅 기법까지 그대로 아시아권으로 수출됐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