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촉즉발’의 전쟁 위기에 있는 이라크에 대한 한국 수출업체들의 전략적 시장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980년대 한때 한국의 대(對) 이라크 수출은 연 5억달러에 달했다. 그러나 91년 걸프전 이후엔 매년 10만달러에도 못 미칠 정도로 지지부진하다가 최근 들어 연평균 100%를 넘는 증가율을 보이는 등 회복세를 보여왔다. 올해 예상되는 대 이라크 수출 규모는 1억달러. 이중 80% 이상은 올 상반기 실적이다. 하반기 들어 미국-이라크 전쟁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라크에 수출하는 30여개 한국 기업들은 이라크 시장을 포기하고 인근 아랍에미리트(UAE)나 사우디아라비아로 거래선을 옮겼다.
반면 미국과 영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이라크 위기 이후 시장 정상화에 대비해 최근 불안한 정세 속에서도 거래선 물색과 제품 홍보활동을 오히려 강화하고 있다. 미국이 사담 후세인 대통령을 제거하든, 아니면 후세인 대통령 체제를 인정하든간에 국제사회가 이라크와활발한 거래를 할 날이 멀지 않았다는 계산이다.
1일부터 10일까지 바그다드의 중심가인 만수르에서 열리는 ‘바그다드 국제박람회(BIF)’에는 49개국에서 1200여개사가 참가해 사상 최대 규모였다. 독일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 주요 유럽국에서는 각각 30개 이상의 회사들이 참가했다.
반면 바그다드 박람회에 참석한 한국 기업은 LG그룹 2개사, 현대그룹 1개사, 중소기업 2개사 등 5개뿐이다.
가장 유망한 이라크 수출 품목으로는 정유와 발전 등 플랜트 분야가 꼽힌다. 현재 이라크는 총수요 6200㎿ 대비 발전가능 용량이 4400㎿에 불과해 하루 2∼10시간 단전을 실시하고 있다.
이밖에도 유엔 제재로 인해 수급에 차질을 빚고 있는 가전과 자동차 제품도 한국산에 대한 소비자 호감도가 높아 유력 수출 품목으로 꼽히고 있다.
KOTRA 바그다드 무역관의 정종래 관장은 “이라크는 세계 제2위의 석유자원을 보유한 데다 한국제품에 대해 좋은 인식을 갖고 있다”면서 “한국 업체들이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고 마케팅 강화에 힘쓸 경우 대 이라크 수출은 짧은 시간에 10억달러를 돌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