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빼면 주가 510…작년 9·11테러 직후와 별차이 없어

  • 입력 2002년 11월 11일 17시 48분



삼성전자는 한국 증시에서 늘 주인공이다. 크기도 시가 총액의 5분의 1이나 되는 데다 ‘한국의 대표기업’이라는 심리적인 무게도 상당하다.

삼성전자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부품 업체도 한둘이 아니다. 삼성전자를 빼놓은 한국 증시는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개인투자자는 삼성전자를 빼고 봐야 시장을 제대로 볼 수 있다”는 조언이 적지 않다. 삼성전자의 영향력을 빼고 봐야 개별종목 주가가 높은지 낮은지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 빼고 보기〓최근 증시에서는 주가상승 추세가 멈춘 것인지, 외국인은 언제 본격적으로 투자할 것인지 등 시장 전체적인 전망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그러나 이처럼 시장 전체를 먼저 보는 방식은 세 가지 측면에서 적절치 않다는 지적을 받는다.

우선 삼성전자의 큰 영향력 탓에 개별종목 주가에 착시 현상이 나타난다는 점.

지금도 적지 않은 투자자들은 “주가가 지난해 9·11테러 직후만큼만 빠지면 무조건 주식을 사겠다”고 생각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테러 직후 14만원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35만원선으로 치고 올라왔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이런 주가 상승이 지수를 약 140포인트 정도 끌어올린 것으로 계산한다. 지난해 테러 직후 지수가 470선이었으니 삼성전자만으로 지수가 610까지는 거저 오른 셈. 650선인 지금 지수는 삼성전자만 빼고 보면 지난해 테러 직후 때와 큰 차이가 없다.

또 삼성전자를 빼고 보면 외국인 매매 동향의 의미가 크게 달라진다. 어차피 외국인 매매가 삼성전자 위주인데다 최근 외국인의 주식 보유비중 확대가 삼성전자에 집중된 탓.

삼성전자를 빼면 종합주가지수 추세도 달라진다. 최근 20일 동안 종합주가지수는 단 이틀을 빼고 모두 삼성전자 등락과 똑같은 움직임을 보였다. 지난달 이후 증시가 상승세인 것처럼 보인 이유는 거의 전적으로 삼성전자 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상황에서 ‘종합주가지수 추세가 살아 있느냐’는 말은 ‘삼성전자가 더 오를 것 같으냐’는 말과 다를 것이 없다. 삼성전자에 투자하지 않았다면 종합주가지수는 큰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 없는 증시의 의미〓삼성전자를 빼고 보면 두 가지 투자 힌트를 발견할 수 있다. 지금 개별종목 주가는 지난해 테러 직후만큼이나 저평가 상태라는 점, 또 앞으로 시장 전반의 추세는 짐작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즉 지금은 시장 전체 전망을 바탕으로 투자 시기와 종목을 저울질하기보다는 저평가된 개별 종목에 집중하면서 중장기 투자 대상을 선별하는 정석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

대학투자저널 최준철 발행인은 “우리가 투자하는 대상은 지수나 시장 전체가 아니라 개별 종목”이라며 “삼성전자에 휘둘리는 증시 전체 상황보다는 철저히 개별 종목 실적에 집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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