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려면 상환 능력은 물론 훌륭한 인격을 갖췄거나 주위에서 좋은 평판을 들어야 하는 시대가 됐다.
은행들이 소규모 자영업자나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심사 과정에서 재무제표나 미래 현금흐름 등 재무적인 요소와 함께 대출신청자의 인격, 사고방식 등 비재무적 요소를 비중 있게 고려하기 때문이다.
하나은행은 자산규모 70억원 미만으로 외부감사를 받지 않는 중소기업을 위한 신용평가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다음달 개발을 끝내고 중소기업 대출 때 적용할 예정.
이 모델은 매출이나 이익 등 재무적 요소보다 △산업구조 △수요 증가추세 △경영진의 자질 등 비재무적 요소에 중점을 두고 있다. 특히 경영진이 △합리적으로 경영하는지 △동종 업계나 주위 사람들로부터 어떤 평판을 받고 있는지 △사생활이 문란하지는 않은지 등 경영인의 자질에 30% 정도의 비중을 두기로 했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대출 신청자의 인격이나 자질 등 비계량적 정보를 토대로 개인사업자(소호) 전용 신용평가모델을 개발했다. 현재 이 모델을 적용해 전국 307개 점포에 전담팀을 두고 소호를 대상으로 본격적인 대출영업을 벌이고 있다.
기업은행도 중소기업 대출시 비재무 항목 위주로 대출 여부를 결정한다. 대출 규모에 따라 취급점검표 또는 신용평가표를 작성하는데 최고경영자의 학력, 신뢰성 등 비재무 항목이 전체 항목의 40∼60%에 이른다. 심사역들이 해당 기업을 직접 방문해 최고경영자(CEO)와 재무담당임원(CFO)을 면담한 뒤 대출 결정을 내린다.
우리은행도 외부감사를 받지 않는 법인들의 경우 △동종업계 근무 기간 △경영진의 위기관리 능력 △주위 평판 등 비재무적 요소에 60∼70%의 비중을 두고 대출심사를 하고 있다.
하나은행 김훈규 기업고객사업본부장은 “250만개가 넘는 중소기업에 대한 믿을 만한 재무 정보가 없기 때문에 경영자의 인격이나 경영능력이 대출 심사 때 중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