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개인투자자의 모멘텀투자 실패 사례

  • 입력 2002년 11월 12일 17시 47분



“지금 증시가 상승 추세냐 하락 추세냐를 구분할 수 있다면 큰돈을 벌 수 있다. 그러나 나는 그걸 구분할 능력이 없다. 그래서 나는 시장 추세보다 개별기업 분석에 더 집중한다.”

수년째 최고 펀드매니저 자리를 고수하는 동원증권 이채원 주식운용팀장의 말이다.

장기 종합주가지수 그래프를 그려놓고 보면 주식투자만큼 쉬운 재테크가 없어 보인다. 대세 상승기 때 주식을 사고 하락기 때 투자를 쉬면 된다.

그러나 실전을 겪은 투자자들은 이런 상상이 얼마나 허황한 것인지 잘 안다. 대세를 쫓는 투자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한 개인투자자의 경험담을 통해 알아본다.

▽대세 투자 실패담〓최모씨(33)가 주식투자를 해야겠다고 결심한 것은 모든 전문가들이 “올해는 대세 상승의 해”라고 떠들던 올해 초. 돈을 마련하고 계좌도 새로 만드느라 시간이 조금 흘렀다. 그런데 1월말이 되자 “3개월 연속 주가 상승의 부담으로 2월에는 주가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최씨는 조금 더 기다려보기로 했다.

2월말 지수가 800선을 뚫고 올라섰지만 전문가들은 “4개월 연속 상승의 부담으로 3월에는 조정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최씨는 한 번 더 기다리기로 했다.

3월초가 되자 “지수가 역사적인 저항선인 850선을 뚫는다면 이번 장은 대세 상승이 확실하다”는 전문가 전망이 나왔다.

‘그래, 어차피 할 거 대세 상승을 확인하고 주식을 사자.’

결국 그는 3월말 지수가 850을 넘어서야 주식을 샀다. 그런데 4월초 지수가 940을 육박하면서 최씨는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올해 같은 해에 직장인들이 주식으로 돈을 크게 못 불리면 평생 후회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돌았기 때문.

‘그래, 내가 너무 적게 투자했어. 이번 장세에서 한몫 벌자.’

결국 그는 여기저기서 돈을 더 구해 4월 중순 추가로 주식을 샀다.

그때부터 증시는 하락기에 접어들었다. 7월까지 최씨는 “대세 상승은 아직 살아있다”는 전문가의 말을 믿고 기다렸다.

그러나 9월 들어 미-이라크 전쟁 위기가 불거지고 세계경제에 대한 비관론을 들으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10월초 대부분의 증권사와 언론이 “누가 봐도 명백한 주가 하락기”라고 선언할 때 그는 ‘내가 한 번 더 주식투자를 하면 성을 간다’며 주식을 팔고 나왔다.

▽기업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서울대투자연구회가 운용하는 VIP펀드는 펀드 내용을 공개한 지 1년반 만에 100%가 넘는 수익을 올렸다. 그런데 그 투자 방법이 의외로 간단하다.주가 폭락기 때 싼 우량주를 대거 사고 주가가 오르면 주식을 판다. 이 펀드는 지난해 9·11테러 직후와 지난달 초 남들이 대세 하락기라고 벌벌 떨 때 실적 좋은 우량주를 집중 매수해 큰 성과를 거뒀다.

펀드를 운용하는 김민국 회장은 “최씨처럼 시장 전망을 쫓아 투자하다보면 늘 한 발씩 뒤질 가능성이 크다”며 “장세와 상관없이 기업에 집중하고, 좋은 주식을 오래 보유하겠다는 느긋한 마음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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