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현주소’와 전망에 관해 엇갈리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만큼 앞으로 경기흐름에 대한 판단이 어렵고 불투명성이 많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이와 관련, 19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 주재로 경제정책조정회의를 열어 현재 경기동향을 점검하고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또 이에 앞서 15일에는 김영주(金榮柱) 재정경제부 차관보와 국책 및 민간경제연구소 전문가들이 참석하는 거시경제점검회의를 갖는다.
▽‘한국 경제도 디플레 위험’〓한국은행은 14일 발표한 ‘세계경제 디플레이션의 가능성과 영향’이란 보고서에서 가계와 기업의 높은 부채와 맞물려 디플레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일본 미국 독일 등 주요 국가가 디플레에 빠지면 한국도 경기침체에 따른 디플레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한은 보고서는 또 디플레의 가장 큰 위험은 가계 및 기업의 부실채권 급증에 따른 금융기관 부실로 금융중개기능이 마비되는 것인 만큼 금융기관의 건전성 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LG경제연구원도 이날 ‘우리 경제의 디플레이션 압력’ 보고서에서 “외환위기 이후 1999∼2000년 2년간 디플레를 겪었고 현재도 디플레가 진행중인 일부 분야가 있다”며 장기적인 디플레 가능성을 내비쳤다.
또 미국의 유력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소비심리 위축이 한국의 경제 성장을 가로막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신문은 97∼98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50%선에 불과하던 한국의 가계부채가 최근 70%까지 높아진 점을 소비심리 위축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아직은 실물경기 괜찮다’〓반면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날 발표한 ‘10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증가세가 둔화되기는 했지만 실물경기 전반이 위축된 것은 아니다”고 분석했다.
KDI는 9월 생산활동이 작년 같은 달보다 3.4% 증가에 그쳤지만 이는 추석으로 조업일수가 줄어든 데 주요 원인이 있다며 경제의 완만한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도 실물경기에 비해 소비심리가 지나치게 위축돼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임영록(林英鹿) 재경부 정책조정심의관은 “현재 국내 경기는 소강상태가 지속되는 국면이며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임규진기자 mhjh22@donga.com
김광현기자 kk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