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포커스]프랜차이즈 못할 게 없네

  • 입력 2002년 11월 14일 18시 14분



액세서리 수출업을 하고 있는 A씨는 사무실에 출근하자마자 생과일 배달 전문점인 ‘아침과일’에서 보내온 신선한 과일로 아침식사를 대신한다.

급한 업무를 처리하자 벌써 오전 11시반. 점심식사 전에 사무실 근처의 우편업무 대행업체인 ‘우리 동네 PO BOX’에 들렀다. 업무 성격상 우체국에 갈 일이 많은데 멀리 떨어져있는 우체국에 가는 게 번거로워 이제는 ‘개인전용 우체국’을 이용한다. 퇴근 후에는 산책을 겸해서 애완견과 함께 집을 나와 근처 애견카페에 들러 커피를 한잔 마셨다.

A씨의 하루에서 볼 수 있듯 외환위기 이후 부상하기 시작한 프랜차이즈 사업이 최근 창업 붐을 타고 사회 구석구석에까지 침투하고 있다.

▽프랜차이즈는 ‘혁명 중’〓국내 프랜차이즈는 일본 롯데리아가 1979년 국내에 진출한 것이 시발점이었다. 국내 순수 브랜드는 1980년 1호점을 연 이랜드.

아직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한국프랜차이즈협회는 프랜차이즈 업체, 즉 본사수를 1000∼1500여개, 가맹점수는 8만∼10만개로 추산하고 있다.

가맹점당 4, 5명 정도가 일하고 있다면 32만∼50만명 정도가 프랜차이즈 업종에서 일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 프랜차이즈는 국내 소매점 매출의 15% 정도를 차지할 것으로 추산된다.

프랜차이즈는 이제 ‘먹거리 업종’과 같은 전통적인 업종의 담을 넘어서고 있다. 식당에서 고기를 굽는 불판만 전문적으로 씻어주는 사업, 화장실과 주방만 전문적으로 청소해주는 업종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또 산소발생기를 설치한 산소카페, 커피를 마시면서 화장을 할 수 있는 카페, 애견과 함께 갈 수 있는 카페 등 과거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신종(新種) 프랜차이즈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미국의 저술가 제러미 리프킨이 자신의 저서 ‘소유의 종말’에서 “접속의 경제가 실현되면 앞으로 사업을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체인(프랜차이즈)이 연결할 것”이라고 한 말이 적어도 한국에서는 ‘실험 중’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가 됐다.

▽한국도 프랜차이즈 ‘수출국가’〓그동안 한국은 맥도널드 KFC 등 외국 유명 프랜차이즈 수입국가였다.

그러나 일부 프랜차이즈 업체는 국내에서 검증된 토종(土種) 브랜드를 해외에 수출하는 등 프랜차이즈 무역 형태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치킨전문업체인 BHC는 매출액의 3%를 로열티로 받는 조건으로 현재 미국 일본 등 6개국에 17개 매장을 열었다. 제빵업체 델리만쥬도 10개국에 개설한 가맹점이 60여개에 이른다.

이 밖에 어린이 방문미술교육 업체인 ‘홍선생미술교실’과 PC방 체인망인 사이버리아도 해외에 진출했다.

이경희 창업전략연구소장은 프랜차이즈 약진의 가장 큰 이유로 고급인력의 유입을 꼽았다. 이 소장은 “평생 직장 개념이 사라지면서 대기업 근무경험이 있던 많은 고급인력들이 프랜차이즈 업종에 뛰어들면서 과학적인 마케팅을 적극 도입한 것이 프랜차이즈가 한 단계 질적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예비 창업자들이 사업모델로 일단 검증받은 프랜차이즈 가맹점 창업을 선호한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성공 보증수표는 아니다〓프랜차이즈 창업도 실패하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창업e닷컴 이인호 소장은 “본부의 제품개발(R&D) 능력이 부족해 지속적인 가맹점 관리가 이뤄지지 못하는 바람에 투자비만 날리는 가맹주들이 많다”고 경고했다.

또 상당수 프랜차이즈는 유행처럼 사이클을 타기 때문에 지금은 괜찮더라도 1년 후에는 소비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도태되거나 사업모델은 그럴싸한데 실제 돈벌이는 시원찮은 수도 많다.

실제로 1000∼1500여개에 이르는 본사 중에서 매년 상당수가 계속 물갈이가 이뤄질 정도로 변화가 심한 것도 프랜차이즈 업종이다.

때문에 11월부터 시행 중인 가맹거래법을 활용해 가맹점 계약을 맺기 전에 반드시 본부에 경영현황과 본부 사장 등에 관한 자료들을 요구해 이를 꼼꼼히 검토한 뒤 사업을 시작해야 실패 확률을 줄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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