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바’ 등장…술값도 주가처럼 전광판에 등락 표시

  • 입력 2002년 11월 14일 18시 23분


서울 중구 남대문로 서울힐튼호텔 지하 1층 클럽 아레노의 ‘월스트리트 바’가 문을 연 14일 오후 호텔측이 보내준 음료 티켓으로 국내외 단골손님들이 원하는 술을 주문하고 있다.박영대기자
서울 중구 남대문로 서울힐튼호텔 지하 1층 클럽 아레노의 ‘월스트리트 바’가 문을 연 14일 오후 호텔측이 보내준 음료 티켓으로 국내외 단골손님들이 원하는 술을 주문하고 있다.박영대기자

주가(株價)처럼 주류의 가격이 수요와 공급에 따라 시시각각 달라지는 이른바 ‘월스트리트 바’가 국내 최초로 등장했다.

'월스트리트 바'를 찾아서

서울 중구 남대문로 서울힐튼호텔 지하 1층에서 지난달 문을 연 클럽 ‘아레노’는 14일부터 세계에서 두 번째로 월스트리트 바 운영에 들어갔다.

월스트리트 바는 세계 금융 중심지인 미국 뉴욕의 월스트리트에서 이름을 딴 것. 이 바는 토마스 아른트 등 3명의 독일인 남성이 바에서 술을 먹다 우연히 TV에 방송된 주식시장 장면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어 1996년 처음 독일에서 선보였다.

아레노는 우선 1차로 맥주 와인 샴페인 위스키 보드카 데킬라 코냑 등 23종의 술을 거래종목으로 선정했다.

이들 종목은 가로 4.5m, 세로 2m의 대형 전광판에 표시돼 가격이 오르면 빨간색, 내리면 초록색을 띤다. 현재 표시된 가격을 보고 고객들이 주문하면 바텐더가 주문상황을 입력하고 그러면 컴퓨터가 자동으로 2분 단위로 새 가격을 결정한다.

하루 최대 등락폭은 맥주가 2000∼1만5000원, 코냑이 32만∼60만원 등으로 종목마다 다르다. 또 전광판에는 평소 받는 가격보다 약간 낮게 책정된 표준가격과 함께 상한가, 하한가, 폭락가 등이 표시된다.

특히 매일 한번씩 터지는 ‘폭락장’은 월스트리트 바의 하이라이트.

갑자기 종이 울리고 전광판의 모든 숫자가 노란색으로 깜박거리면 폭락장을 알리는 신호다. 이때 손님들은 평소 가격의 3분의 1에서 8분의 1까지 떨어진 가격으로 원하는 술을 주문할 수 있다.

아레노측은 술 종류와 거래시간 등을 표시한 증표를 주고 손님은 이 증표를 내면 아무 때나 술을 마실 수 있고 웃돈을 받고 다른 사람에게 팔 수도 있다.

회사원 김성원씨(34)는 “술을 주식처럼 팔고 산다는 게 신기해 일부러 찾았다”고 말했다.

이호갑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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