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국내 업체들의 프리미엄 가전이 내수시장에서 외산 제품을 밀어낸 데 이어 해외 원조시장에서도 시장점유율을 계속 높이고 있는 것.
이 같은 역전 현상은 미국산 양문형 냉장고와 유럽산 드럼세탁기가 판을 치던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일. 그동안 외산 업체에 맞서 프리미엄 가전 분야에서 기술력을 다져 온 국내 업체들은 내수시장에서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올 들어 해외 원조시장 공략에 활발히 나서고 있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업체들은 시장 확대 차원에서 해외 프리미엄 제품 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프리미엄 제품은 일반 가전제품에 비해 해외시장에서의 수익성도 뛰어난 데다 내수시장 확대에는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기 때문. 올해 국내 양문형 냉장고 시장은 7만대 정도지만 미국은 270만대를 넘을 것으로 파악됐다.
LG전자 냉장고사업부 이상완 부장은 “미국 유럽 등은 프리미엄 가전의 원조시장으로서 시장성이 뛰어나 수출전략의 최우선 타깃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원조도 놀란 한국산 프리미엄 가전〓LG전자는 올 10월 미국 시장에 인터넷 디오스 냉장고를 선보인 뒤 단숨에 북미 양문형 냉장고 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인터넷 기능을 내장한 LG전자의 인터넷 디오스는 판매가격이 7999달러로 제너럴 일렉트릭(GE)의 최고급형 양문형 냉장고(2499달러)보다 무려 3배나 높은 수준. LG전자는 멕시코 북동부 몬테레이에 있는 종합가전공장(LGEMM)에서 연간 60만대 규모의 냉장고를 생산해 원조시장 공략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또 삼성전자는 유럽시장에 대형 프로젝션TV를, LG전자는 일본시장에 40인치 이상의 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 TV를 각각 시판해 대형 TV 분야 본토 시장에 대한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기술로 정면 승부〓LG전자는 1998년 유럽 드럼세탁기 시장에 진출한 이후 매년 100% 이상의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 현지 업체들에 맞서 기술력을 앞세운 정면 승부를 펼친 것이 성공의 비결.
LG전자의 드럼세탁기 트롬은 AEG, 밀레, 보시 등 유럽산 제품에 비해 브랜드 인지도가 낮았지만 지속적인 기술혁신으로 최고급 제품으로서의 이미지를 지키고 있다. 자체 개발한 세탁조 직접구동 시스템으로 소음과 진동을 줄인 것. 유럽연합(EU) 회원국 에너지 등급심사에서도 상위 10% 제품만 받는 최고등급(AAA)을 획득, 제품의 우수성을 과시함으로써 현지 제품에 비해 10% 이상 높은 가격에 팔리고 있다.
이 밖에 삼성전자의 지펠은 한 대의 냉장고에 컴프레서 2개를 달아 성능을 높인 기술혁신에 힘입어 영국에서 70%의 점유율로 양문형 냉장고 부문 1위를 지키고 있다.
김태한기자 freewi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