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선진국들이 ‘정부 보조금’을 구실로 삼아 외국에 상계(相計)관세를 물리려는 움직임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국제거래법학회(회장 김문환·金文煥 국민대교수) 주최로 15일 서울 중구 소공동 삼성화재보험 사옥에서 열린 ‘국제무역규범과 산업정책의 방향’이란 주제의 국제세미나에서 국내외 전문가들은 보조금 문제가 앞으로 주요 통상 이슈가 될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 세미나는 동아일보사 산업자원부 삼성화재보험이 후원했다.
김종갑(金鍾甲) 산업자원부 산업정책국장은 “정부가 산업구조 고도화 등을 위해 추진하는 각종 지원 정책이 세계무역기구(WTO) 체제가 금지하는 정부 보조금이 되지 않는지를 사전에 충분히 검토하지 않으면 큰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태평양의 김갑유(金甲猷) 변호사는 “1995년 ‘보조금 및 상계관세에 관한 협정’이 발효된 뒤 한국은 미국과 EU로부터 각각 5건 등 모두 11건의 ‘보조금 제소’를 당해 인도(25건)에 이어 가장 많았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특히 미국은 한국의 금융기관들이 정부의 통제를 받고 있으며 금융기관의 부실기업에 대한 워크아웃이나 화의, 법정관리를 통한 구제 노력을 ‘정부의 보조금 지급’으로 이해하고 있어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본 닛쿄대 도조 요시즈미 교수는 “각 국이 자국 산업 발전을 위해 취하는 독자적인 국내 산업정책이 국제 자유무역질서에 반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 ‘보조금 협정’의 기본 취지”라며 “WTO 체제는 앞으로 산업정책의 어디까지를 보조금으로 인정할 것인가 등을 놓고 각 국간에 벌어지는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들을 찾는 것이 큰 과제”라고 말했다.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대니 스코피치 수석 이코노미스트(조선 담당)는 “OECD 회원국내에서 조선산업에 대한 광범위한 정부 보조가 진행돼 선박들이 초과 공급됐다”며 “선박의 공급초과는 가격하락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조선업체에 대한 정부 보조는 오히려 역(逆)효과를 내고 있다”고 주장했다.구자룡기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