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5시 서울 송파구 석촌동의 한 사무실. 그의 건축현장에서는 9명의 ‘인부’가 아파트를 지으며 비지땀을 흘리고 있었다. 고성이 오갔다.
“야! 빨리 접착제 가져와. 신호등 어디 있어. 도대체 나무들은 어디에 둔 거야.”
그들의 손에는 벽돌과 시멘트가 아닌 아크릴판과 접착제가 들려 있었다. 이들은 실제 건물을 70분의 1∼200분의 1까지 축소한 건축모형을 제작하는 미니어처 전문가들.
“건축모형은 입주자에게 보여주는 ‘청사진’입니다. 앞으로 살 집에 대한 꿈을 안겨주는 것이 바로 건축모형 제작이죠.”
건축모형은 모델하우스 분양 현장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 메뉴. 어떤 모델하우스를 방문하든 건축모형을 빙 둘러서서 유심히 관찰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단순한 축소모형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 설계도에 따라 컴퓨터 도면작성 프로그램을 활용해 한치의 오차도 없이 정밀 축소해 만든다. 최씨는 건축모형을 만들며 설계도의 오류를 발견해 시행사에 알려주는 사례도 많다고 말했다. 제작기간은 평균 한 달. 시행사의 독촉에 밤샘 작업을 하기 일쑤다. 제작비용도 적게는 1000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을 웃돈다. 고층일수록, 축소비율이 낮을수록 비싸다. 또 건물 내부가 보이도록 만들면 가격은 두 배 이상 뛴다.
“건축모형업은 건설업과 한 배를 타고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가 최고 활황이었죠. 올해 최고 인기 상품은 단연 주상복합아파트 모형이었습니다.”
최씨는 2년 전 미대생 한 명과 건축학과 출신 8명을 불러들여 ‘소호건축모형’이라는 회사를 차렸다. 각 직원의 영역도 토목과 건축, 인테리어 조경 등으로 분업화돼 있다.
소호건축모형이 최근까지 만들었던 모형은 빌딩과 아파트 등 모두 90여개. 첫해 매출은 2억4000만원.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한 결과 올해 매출은 7억원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상대방이 ‘예스(Yes)’할 때까지 몇 번이고 헐고 다시 짓습니다.” 아직 ‘사장’이라는 직함이 부끄럽다는 최씨의 ‘건축 철학’이다.
차지완기자 marud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