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활건강-F&F 등 기업분할후 주가 급등

  • 입력 2002년 11월 19일 18시 08분



‘평소 꼭 사고 싶은 목도리가 하나 있다. 그런데 옷가게에서는 목도리만 따로 팔지 않고 수십만원짜리 양복 정장과 함께 세트로 판다. 목도리는 좋지만 정장은 영 마음에 안 든다. 그러던 어느 날 옷가게에서 마음에 드는 목도리만 따로 떼어 3만원에 팔기 시작했다. 이렇게 좋을 수가….’

소비자라면 한번쯤 경험했음직한 이런 일이 증시에서도 가끔 일어난다.

‘저 회사의 이런 사업 부문만 따로 떼어 기업을 만든다면 당장 투자하고 싶은데’라고 생각했던 기업이 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기업이 회사를 분할해 마음에 쏙 드는 부문만 독립 회사로 증시에 상장시켰다. “이렇게 좋을 수가”라는 소리가 절로 나올법한 일이다.

▽알짜만 떨어져 나왔다〓지난해 초만 해도 적지 않은 가치투자자들은 LG화학에 대해 “화장품과 생활용품 사업부문만 따로 떼어 상장한다면 당장 투자하겠다”고 생각했다.

당시 LG화학은 치약 샴푸 등 생활용품 분야에서 부동의 1위를 달렸고 화장품 분야에서도 3강체제를 유지해 훌륭한 내수 우량주의 자격을 갖췄다. 그러나 화학 분야가 워낙 경기에 민감한 데다 그룹 계열사와 복잡하게 얽힌 지배구조 탓에 장기적인 가치투자 대상으로는 부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것.

그런데 LG화학이 지난해 5월 지주회사인 LGCI, 화학 부문의 LG화학, 화장품과 생활용품 부문의 LG생활건강 등으로 기업을 나눠 상장하면서 문제가 모두 해결됐다. 화장품 생활용품 등 기존 기업의 알짜 중의 알짜를 떼어 낸 LG생활건강은 단순하고 간명한 기업구조로 가치투자자들에게서 각광을 받았다.

올해 출판과 패션사업을 삼성출판사와 F&F로 분리한 NSF는 엘레스포츠, 바닐라B 등 스포츠 캐주얼 분야에서 막강한 브랜드 파워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저성장 업종인 출판사업 부문 때문에 투자를 꺼렸던 이들이 적지 않았다. 이런 투자자에게 패션회사로 분할된 F&F는 매력적인 투자 대상.

동원산업에서 식품가공 부문이 분리된 동원F&B, 종합상사인 코오롱상사에서 패션사업이 떨어져 나온 FnC코오롱 등도 기업 분할로 간명해진 회사로 평가받는다.

▽간명할수록 좋다〓기업은 덩치를 키워야 더 매력적일 때가 있고 반대로 회사를 쪼개야 좋을 때가 있다. 이 가운데 강력한 내수 브랜드를 갖고 있는 회사라면 기업 구조가 간명해질수록 투자자에게 매력적이라는 평가.

브랜드 하나 만으로 주주들과 공유할 현금을 충분히 벌 수 있다면 이것저것 사업이 얽혀 복잡한 것보다 간명하게 분할된 형태가 투자하기 더 좋다는 지적이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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