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열 보고만 있을수 없고…" 주상복합 규제 딜레마

  • 입력 2002년 11월 24일 18시 01분


‘내버려두기엔 눈에 거슬리고, 손을 대자니 명분이 부족하고….’

최근 과열 기미를 보이고 있는 주상복합아파트를 놓고 정부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이달 중순 분양된 서울 송파구 신천동 ‘롯데캐슬골드’의 청약경쟁률은 300 대 1. 지난주 서울 양천구 목동에 선보인 ‘현대하이페리온Ⅱ’도 50 대 1이 넘었다. 청약자 대부분은 실수요보다는 분양권 전매가 목적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투기판이나 다름없다.

예전 같으면 정부가 어떤 식으로든 개입했겠지만 지금은 상황이 아주 미묘하다.

주상복합에 시중자금이 지나치게 많이 몰린 건 상당부분 정부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올 들어서만 주택시장 안정대책을 5차례나 쏟아냈다. 분양권 전매를 제한하고 청약요건을 강화했다. 일반 아파트 분양시장을 묶어 놓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자 대체 투자처인 주상복합에 돈이 몰렸다. 그렇다고 해서 이마저 규제한다면 ‘책임론’을 감수해야 할 뿐 아니라 ‘과도한 정부 개입’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게 뻔하다.

이춘희(李春熙) 건설교통부 주택도시국장은 “일부에서 거론하는 분양권 전매 제한이나 재당첨 제한 등 제도 변경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검토한 바 없다”며 “일부 주상복합 때문에 전체를 규제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손을 놓고 있기에도 부담스럽다. 기껏 잡아놓은 ‘부동산 열풍’을 주상복합이 다시 점화할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듯 건교부는 19일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주상복합의 과열 현상이 지속된다면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건교부 관계자는 “정부가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쓸 수 있는 ‘카드’는 모두 내놓았다”며 “또 다른 규제를 가하기에는 곤혹스러운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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