産銀, ‘현대상선 4000억 여신한도 위반’ 논란 파장

  • 입력 2002년 11월 24일 18시 21분


산업은행이 현대상선에 4000억원을 대출한 것이 동일인 여신(與信)한도 규정을 위반했는지 여부는 최종적으로 감사원이 판단할 사안이다. 그러나 동일인 여신한도를 이미 초과한 상황에서 추가로 산은 자기자본의 4.7%나 되는 4000억원을 대출해준 것이 비정상적인 일임에는 틀림없다.

산은은 모호한 예외규정을 들어 정당한 대출이었다고 주장하지만 논란의 소지는 남아있다. 또 산업은행에 대한 감독권한이 재정경제부에서 금융감독원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약 5개월의 업무공백이 있었다는 점에서 금감원도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동일인 여신한도 위반했나〓정부는 2000년 3월 산은법을 개정해 ‘동일한 개인·법인 및 그와 동일한 기업집단에 속하는 자에 대해 자기자본의 100분의 25를 초과하는 신용공여를 할 수 없다’는 규정을 만들었다. 특정기업에 대출이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당시 산업은행의 현대 계열에 대한 대출은 자기자본의 31%였기에 신규대출은 고사하고 기존 대출을 줄여 25%를 맞춰가야 하는 시점이었다.

그런데 그 해 6월 산은은 ‘국가 경제여건의 급격한 변화’라는 예외조항을 적용해 현대상선에 4000억원을 추가로 대출해 줬다.

현대상선의 유동성 위기가 국가경제의 여건 변화에 해당되는 것일까. 산은은 ‘대우그룹이 거덜난 상황에서 현대그룹마저 망하면 국가경제가 파탄에 빠질 수 있다’고 설명했지만 논란의 여지가 남는 대목이다.

감사원이 이를 법규위반으로 판단한다면 당시 산은 총재였던 이근영(李瑾榮) 금융감독위원장도 문책을 피할 수 없어 어떤 형태로든 책임을 져야 한다.

▽금감원의 업무공백은 정당한가〓산업은행은 2000년 산은법이 개정되자 동일인 여신한도를 초과한 현대와 삼성그룹에 대한 여신감축계획서를 4월에 금감위에 제출했지만 아무런 응답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금융감독원 임주재(林周宰) 신용감독국장은 “2000년 3월 산업 수출입 기업은행 등 5개 특수은행의 건전성 감독기관이 재경부에서 금감위로 넘어왔다”며 “이들에 대한 건전성 감독규정과 세칙, 기준을 7월20일경 마련하고 8월부터 시행했다”고 설명했다.

임 국장은 “산은이 현대상선에 4000억원을 추가 대출해준 6월8일은 아직 감독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사전승인을 받아야 하는 사안인지도 불분명한 시점이었다”고 해명했다.

금감원은 8월에야 산은에 동일인 여신한도 감축계획 제출을 요구해 9월에 승인했고 현대상선 4000억원 대출건은 이때 여신에 포함됐다. 당초 개정된 산은법은 시행령 개정 후 한달 이내(시한 4월3일)에 여신감축계획을 승인받도록 했지만 금감원이 감독기준을 5개월 만에 마련한 것이어서 업무공백 책임도 논란이 될 수 있다.임규진기자 mhjh22@donga.com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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