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교통부가 25일 부산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공개한 ‘중국민항기 추락사고 조사 보고서’는 그동안 현장조사와 조종사 진술 등을 통해 파악된 사실을 담고 있다.
보고서를 보면 이번 사고는 기체 결함이나 폭발물에 의한 사고는 아니며 사람의 실수로 인한 ‘인재(人災)’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분석이다.
1차 조사보고서를 토대로 사고 당시의 정황을 재구성하고 밝혀야 할 의혹 몇 가지를 정리한다.
올 4월15일 오전 9시37분 중국 베이징(北京) 국제공항을 출발한 중국국제항공 소속 CA129편은 같은 날 오전 11시18분56초에 김해공항 착륙을 위한 1차 선회(旋回) 비행을 시작했다.
기후가 불안정할 때는 남쪽에서 북쪽을 보고 착륙하는 ‘직선 착륙’ 대신 북쪽에서 남쪽으로 내리는 ‘선회 착륙’을 하라는 규정 때문이었다.
11시20분7초. 기장은 선회착륙 준비를 알리는 의미에서 “타임 체크(지금부터 20초가 지난 뒤부터 선회비행을 시작한다는 뜻)”를 외쳤다.
9초 뒤인 11시20분16초와 13초 뒤인 20분20초에 기장은 다시 “터닝베이스(선회비행 시작지점)”라고 말했다. 부기장도 “빨리 선회하고 너무 늦지 않게.”(20분23초)라고 주의를 주었다.
하지만 비행기는 선회하지 않고 계속 북쪽을 향해 나아갔다.
잠시 뒤 기장은 “활주로 찾는 데 좀 도와달라”(20분54초)고 말했다. 부기장은 “비행하기 힘들어지는데”(20분56초)라며 불안한 기색을 보이기 시작했다.
기장은 또다시 부기장에게 “활주로를 봤나?”(21분6초)라고 물었다. 이에 부기장은 “(활주로가)안 보이는데요”(21분10초)라고 대답한 뒤 “복행(服行·하강하지 말고 상승하라)하라”(21분11초)고 주문했다.
하지만 비행기는 선회비행을 멈추지 않았다.
잠시 후 비행기는 김해시 삼방동 한일아파트 204동 위를 시속 140노트의 속도로 스치듯 지났다. 잠시 후 10m 앞을 보기 어려운 짙은 안개를 뚫고 날아가던 비행기 앞에 갑자기 돗대산의 소나무와 참나무숲이 다가섰다.
놀란 부조종사가 “당겨 당겨….”(21분15초)라고 비명에 가깝게 외쳤다. 조종사도 있는 힘껏 조종간을 당겼다. 하지만 이때는 이미 비행기 오른쪽 날개가 숲에 닿은 때였다. 그리고 공중으로 튕겨 오른 비행기는 앞으로 30m 정도 날아간 뒤 ‘쾅’ 소리와 함께 지면에 부딪혔다.(21분17초)
김해공항 북쪽 4.6㎞에 위치한 돗대산 204m 지점, 항공기 정상 선회 지점을 1.8㎞ 벗어난 지점이었다.
▽왜 선회비행 시기를 놓쳤나〓기장은 2차례에 걸쳐 스스로 ‘터닝베이스(선회비행 시작지점)’를 말했다. 부기장도 빨리 선회하라고 재촉했을 정도. 그런데도 조종사는 선회비행지점을 지나쳐 직진해 나갔다.
기장은 이에 대해 “관제탑과의 교신에 신경을 쓰느라고 못했다”(3차 진술)거나 “시간이 20초를 지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8차 진술)고 말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정황을 고려할 때 나쁜 기상조건에서 김해공항에서 선회착륙 경험이 없던 기장이 당황하면서 판단 착오를 일으켰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왜 무리한 착륙을 시도했나〓선회비행에서는 활주로를 육안으로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기장은 충돌이 있기 11초 전까지도 활주로를 보지 못했다.
이런 경우 조종사는 비행기를 상승시켜 복행하는 게 일반적이다. 부조종사도 “복행하라(하강하지 말고 상승하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기장은 고도를 그대로 유지한 채 비행기를 몰아갔다. 이에 대해 조종사는 “정확한 정황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