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불량자 절반이 20∼30대

  • 입력 2002년 11월 29일 22시 17분


개인 신용불량자 수가 사상최대를 기록하면서 가계부문의 줄줄이 파산과 이로 인한 금융위기가 현실화하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내수중심의 성장전략을 채택하면서 가계부문 소비를 의도적으로 부추겨 왔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결국 내수중심 성장전략은 수백만명의 신용불량자를 양산하면서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을 교란시키는 상황에까지 몰고 왔다는 분석이다.

금융감독원 은행연합회 등에 따르면 9월 말 현재 신용카드 발급이 1억400만장에 달하고 연체율은 10%를 넘어섰으며 9월 말 현재 개인신용불량자는 연체금액 5만원 미만 기준으로 275만명에 이른다.

▽경제활동인구의 7%가 신용불량자〓신용불량자 252만명은 경제활동인구 중 7%에 달하는 수다. 일할 수 있는 성인남녀 100명 중 7명이 카드대금을 갚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끝내 대금을 갚지 못할 경우 개인파산은 물론 카드회사의 부실과 카드회사 소유 은행의 부실로 이어지면서 전체 금융시스템이 위험해진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신용불량자가 못 갚은 연체건수는 869만건에 달한다. 이 중 1000만원 이상 빚을 진 사람은 전체의 48%에 달한다. 감당하기 어려운 악성채무비중이 높다는 얘기. 특히 20대 신용불량자는 작년 말보다 10%(4만명) 많은 44만명까지 늘어났고 20∼30대 젊은층이 전체 신용불량자의 47%를 차지했다. 정부의 방관아래 카드사들이 무분별하게 카드를 발급하면서 소득이 없는 젊은층을 신용불량자로 만들어 낸 셈이다.

게다가 신용불량자는 올 하반기부터 한 달에 6만∼7만명씩 늘어나는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뒤늦게 정부가 카드사 규제대책을 강화하면서 금융기관들이 500만원 이상 대출 정보 공유에 나서고 현금서비스 한도 등을 축소하자 잠재적 부실이 현실화했기 때문이다.

▽신용카드 대란 오나〓9개 전문카드사의 카드사용불량자는 올 3월 76만명에서 7개월 사이에 33% 늘어났다. 이들 카드사의 연체율은 10월 말 10.4%에 달한다. 경영한계선인 9%를 넘어선 것. 삼성카드 등 몇 개 회사를 제외하곤 대부분의 카드사들이 하반기부터 적자를 기록 중이다. 보증보험사나 할부금융사도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신용불량자가 많아졌으며 이로 인한 2금융권 기관들의 부실 위험도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지금부터라도 소득이 없는 사람에게 카드를 발급하는 일은 철저히 막아야 하며 부실카드사를 조속히 정리하는 것 외에 추가적 부실을 막을 방법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임규진기자 mhjh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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