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요즘 중국이 대외경제, 특히 한국과의 교역에서 금선탈각 정책을 채택하고 있는데도 한국 정부나 기업은 이를 경시하는 것 같아 걱정된다.
중국은 9월 육상트랙 등에 쓰이는 수입 우레탄수지에 대한 반덤핑조사에 착수한 데 이어 10월엔 섬유류 원사 원료인 폴리에스테르칩을, 지난주에는 인쇄용지에 대해 반덤핑 잠정 관세 부과를 결정했다. 모두 한국산이 주 타깃이다.
11월 말 현재 중국 정부가 반덤핑 혐의로 조사중인 수입품목은 모두 11개. 이 중 한국산이 무려 9개나 된다. 이에 앞서 반덤핑 최종 판정을 받은 6개 품목 중에서도 한국산이 4개다.
유독 한국 수출품들이 된서리를 맞은 데는 중국의 자국 기업 보호를 위한 보호무역주의 영향도 있지만 중국 경제의 고도성장이 주는 당장의 ‘떡고물’에 눈이 어두워 중국 시장에 대한 충분한 준비가 없던 탓도 크다.
저가 수출과 가격 덤핑에 바탕을 둔 마케팅 전략은 중국 정부를 자극했고 ‘중국과의 무역흑자가 사상 최대치에 달하고 한류(韓流)가 중국을 정복했다’는 식의 ‘설익은 자만’은 중국인들의 자존심을 긁어놓기에 충분했다. 물론 두 나라간 무역마찰 증가는 그만큼 교역관계가 활발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문제는 중국이 과거의 중국이 아니라는 점이다.
우선 연 500억달러가 넘는 어마어마한 해외자본이 중국으로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포천지 선정 세계 500대 기업 중 350개가 진출했을 정도로 시장성도 인정받고 있다. 이들이 전수해 준 기술력도 세계 정상급이다. 세계무역기구(WTO)가입은 더욱 더 자신감을 갖게 하고 있다. 국제 수준으로 교역관행을 높일 터이니 외국 기업들도 상응하는 행동을 보여야 한다는 자세다.
그런데도 한국 기업들은 중국을 다분히 ‘빼먹기 좋은 시장’ ‘뒷거래 없이는 아무것도 안 되는 나라’라는 종래의 시각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오죽하면 중국 정부 인사들이 먼저 “한국 기업들이 지금과 같은 태도를 버리지 않는다면 어려움을 맞을 것이다. 제발 중국의 법과 문화, 투자 대상 지역에 대해 충분히 연구한 뒤 들어오라”고 당부할까.
중국이라는 ‘매미’는 이미 애벌레 상태에서 벗어나 세계 경제의 주역으로 비상하고 있다. 벗어놓은 허물만 보고 중국을 판단한다면 큰 착각이다. 바쁠수록 주도면밀한 준비를 해야 더 큰 화(禍)를 막을 수 있다.
반병희 경제부 차장 bbhe4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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