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선 행사를 겸한 연말 모임을 갖는 주한 외국기업들이 속속 늘고 있다. 단순히 직원들끼리 먹고 즐기는 파티를 여는 것이 아니라 불우이웃 돕기 행사와 병행함으로써 한 해를 마감하는 의미를 되새기자는 것이다.
월마트 코리아는 전국 14개 매장 직원들로 구성된 자원봉사팀이 병원과 복지 시설을 방문한다. 월마트 강남점 직원 44명은 최근 영동 세브란스 병원 소아암 병동을 방문해 헌혈에 참가한 데 이어 크리스마스 때는 직접 산타클로스 복장을 하고 어린이들을 위한 위로 공연을 펼칠 계획이다. 월마트 일산점 직원들은 4, 5일 경기 고양시 일산 사회복지관에서 500여 포기의 김장을 담가 주변 노인정과 독거노인들에게 나눠 줄 예정이다.
한국 피자헛은 청각 장애 어린이들을 초청해 연말 모임을 가진다. 93년 서울 농학교내에 ‘피자헛 장학회’를 설립한 이 회사는 지난달 학교를 방문해 장학금을 전달한 데 이어 청각 장애 학생들을 매장에 초청해 직원들과 함께 어울려 노는 행사로 올해를 마감할 계획이다. 한국 피자헛은 청각 장애 어린이들을 위한 일회성 초청 행사에 그치지 않고 이들을 매장에서 실습시켜 채용하는 방안을 고려중이다.
스위스계 패밀리 레스토랑인 한국 마르쉐의 일부 매장도 이달 중순 불우아동 어린이들을 초청해 회사 직원들과 함께 식사하고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하는 행사를 준비중이다. 마르쉐 각 매장은 각기 다른 불우아동 시설과 자매결연을 하고 있는데 한 매장에 대략 30여명의 어린이들이 초청된다.
아그파 코리아는 14일 ‘아그파 데이’라는 바자를 개최한다. 이날 직원들이 모아온 책, CD, 가전제품, 옷가지 등의 재활용품을 판매해 여기서 나오는 수익금을 ‘아름다운 1% 나눔 운동’에 기부할 예정이다. 아그파 코리아가 7월부터 동참한 이 운동은 기업 순익의 1%를 사회에 공헌하는 운동으로 올해 연말에는 사진작가 김영우씨의 전시회 개최에 자금을 지원한다. 내년 2월 가나 아트센터에서 열릴 이 전시회는 우리시대 명사 200인의 모습을 찍은 작품이 전시되며 수익금은 자연 재해를 입은 이웃들에게 지원된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은 한국 P&G의 ‘사랑의 김치 담그기’ 행사는 주한 외국인들 사이에서 벌써부터 유명한 자선 이벤트로 자리잡았다. 지난달 28일 열린 이 행사에 참석한 앨 라즈와니 한국 P&G 사장 부부와 100여명의 직원들은 20여t의 김장김치를 만들어 강원도 수해지역으로 수송했다. 이 행사에는 또 토머스 허버드 주한 미국대사 부부 등 외국인 명사들이 다수 참가해 불우이웃 돕기와 함께 한국 문화를 직접 체험하는 기회를 가졌다.
12일 서울 힐튼 호텔에서 열리는 서울국제부인회(SIWA) 자선 바자를 후원하는 미국계 운송업체 한국 페덱스의 찰스 아리나 지사장은 “다국적 기업들은 기업 이미지 제고를 위해 오래 전부터 전세계적으로 다양한 자선 활동을 펼쳐 오고 있다”면서 “단순히 직원들끼리 즐기는 연말 파티가 아닌 자선 행사를 마련함으로써 한국 지역사회와 훨씬 가까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