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외에 돈 굴릴 데가 마땅치 않은 금융기관들은 특히 신용도에 따라 차별적인 대출 정책을 쓰고 있어 신용도가 낮은 서민들이 설 땅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은행 가계대출 증가세 꺾여=정부의 강력한 가계대출 억제정책에 따라 11월중 은행들의 가계대출 증가액 규모가 10월에 비해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국민 우리 조흥 등 8개 은행의 11월중 가계대출 증가액은 1조5903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10월중 증가액 5조1400억원에 비해 69%나 줄어든 것이다.
은행별로 보면 10월 6990억원 증가했던 제일은행의 가계대출이 11월에는 2915억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은행의 가계대출도 11월 1473억원 증가하는데 그쳤다. 10월의 증가액 1조221억원에 비해 10분의 1 수준이다. 조흥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액도 10월 4481억원에서 지난달 829억원으로 줄어들었다.
가계대출을 가장 많이 내주고 있는 국민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액도 같은 기간 1조6159억원에서 1조689억원으로 5470억원 감소했다.
▽2금융권도 가계대출 죄기=은행 대출을 받지못하는 서민들은 그동안 더 높은 대출금리를 감수하며 카드, 보험,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을 찾았지만 앞으로는 이 또한 여의치 않게 됐다.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서민들이 이용하던 저축은행들은 연체율 증가에 따른 대책의 일환으로 잇따라 소액가계대출을 중단하고 있다.
한솔저축은행이 최근 모집인을 통한 소액신용대출을 중단한데 이어 동부, 서울, 한신, 한중저축은행 등 서울 지역 4개 저축은행과 지방의 10여개 저축은행이 신규 소액신용대출을 중단했다.
보험사와 카드사들 역시 가계대출을 줄이고 있다.
보험업계에서 자산 규모가 가장 큰 삼성생명의 경우 11월말 현재 가계대출 잔액이 9조2500억원으로 10월말에 비해 1500억원 정도 줄어든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10월에는 600억원 늘었었다.
카드업계는 최근 카드대출을 일시 중단하거나 한도를 대폭 축소한데 이어 일부 불량 회원들을 골라내 카드 사용을 중지시키기 위한 작업을 진행중이다.
이처럼 서민 대출의 안전판 역할을 했던 2금융권 마저 가계대출을 옥죄고 있어 서민들의 자금사정이 급속도로 악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