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戰場)’은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가 6, 7일 이틀간 제주 서귀포시 롯데호텔에서 연 ‘제1회 통신사업자 CEO 포럼’. 포럼에는 국내 12개 통신업체 CEO와 정보통신부 이상철 장관, 김태현 차관 등이 참석했다.
경쟁관계에 있는 통신업체들이 보도자료 등을 통해 자사의 입장을 주장한 적은 많았으나 이처럼 CEO들이 같은 테이블에 앉아 정면으로 부닥친 적은 거의 없었다.
목소리가 큰 쪽은 후발업체 쪽이었다. 이들은 대체로 정부의 개입을 요구했다. 하나로통신 이인행 대표이사 부사장은 “초고속 인터넷 시장에서는 KT가 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ADSL)보다 속도가 더 빠른 초고속디지털가입자회선(VDSL)을 더 싸게 판매하면서 후발업체의 경영을 압박하고 있다”며 정부 중재를 요구했다.
파워콤의 서사현 사장은 “96년 이후 후발업체의 누적적자가 1조4000억원인 반면 선발업체의 누적이익은 14조원에 이를 정도로 불균형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LG텔레콤의 남용 사장은 “현행 접속료 체계가 가입자가 적을수록 불리하다”며 접속료 체계 개선을 요구했다.
온세통신의 황기연 사장은 “정부의 유효경쟁체제 구축에 대한 강한 의지가 절실하며 LM(유선전화에서 이동전화로 통화) 시장도 조기에 개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후발 통신업체의 파상적인 공세에 선발업체들은 “기존 시장이 정체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지나친 규제는 전체 시장을 하향 평준화하는 것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SK텔레콤 조정남 대표이사 부사장은 “세상에 태어났다고 해서 모두가 꼭 장수(長壽)하라는 법은 없다”고 일침을 놓은 뒤 “후발업체에 대한 배려보다 소비자 편익과 경쟁력 강화가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KT 이용경 사장은 “기존 시장을 후발업체에 내주는 방향으로 규제를 강화하기보다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데 지배적 사업자가 나설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배려해야 한다”고 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역(逆)배려’를 제안했다.
열띤 토론이 끝난 뒤 참석자들은 대체로 “의견이 확연하게 갈라졌지만 서로를 더 잘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는 반응이었다. 정통부는 이날 토론 내용을 모아 곧 중장기 통신정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제주〓공종식기자 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