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투신이 '자율펀드'로 간 까닭은?

  • 입력 2002년 12월 8일 19시 03분


주식형 펀드 운용에서 완고한 팀 체제를 고수해온 삼성투신운용이 최근 일부 펀드에 펀드매니저 개인 운용체제를 도입했다.

삼성투신운용은 삼성증권 고객과 삼성그룹 계열사 자금을 모아 국내 투신운용사 가운데 수탁고 1위를 달리고 있으나 최근 1년 동안 주식형 펀드 수익률이 좋지 않았다.

업계에는 이번 변화를 펀드 수익률과 관련지어 보는 시각이 있으나 삼성투신은 “팀 체제를 도입할 때부터 계획했던 일”이라고 주장했다.

▽팀에서 개인으로〓삼성투신은 2000년 펀드매니저 개인이 펀드 운용 및 관리에 전권을 행사하던 개인 운용체제를 버리고 팀 운용체제를 도입했다.

이전에는 펀드매니저가 고객의 자금으로 어떤 종목을 언제 사고 팔지 자신의 판단에 따라서 했다. 하지만 팀 운용체제에서는 모든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가 매일 오전 회의를 열고 사고 팔 종목, 시기, 가격을 함께 결정하고 책임도 함께 졌다. 펀드매니저는 회의에서 의견을 낼 수 있지만 회의에서 결정된 대로 펀드를 운용해야 했다. 그러나 올 9월 도입한 ‘자율펀드’ 제도에 따라 펀드매니저들은 일부 펀드에 대해서는 투자 종목과 매매 시기 등에 대해 자율권을 가지고 책임도 지게 됐다.

매니저 입장에서 보면 공동운영펀드가 ‘집단농장’이라면 자율펀드는 ‘텃밭’인 셈.

6일 현재 이 회사의 주식형 펀드 147개 가운데 과거처럼 공동 운용되는 펀드는 69개, 나머지 78개는 자율펀드 형식으로 운용되고 있다.

▽왜 변화했나〓업계는 변화의 배경에 대해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국 증시에서 개인 또는 팀 운용체제 가운데 어느 것이 나은지는 아직 정답이 없는 고민거리이기 때문이다.

경쟁사 관계자들은 “팀 체제의 비효율성 때문에 펀드 수익률이 떨어진 것이 변화의 가장 큰 원인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펀드평가사인 모닝스타코리아의 분석에 따르면 11월말 현재 삼성투신의 평가대상 펀드 24개 가운에 최근 1년간 운용성과가 상위(별 4, 5개)인 펀드는 하나도 없다.

하지만 양성호 삼성투신 주식운용본부장은 “팀 체제를 도입할 때 이미 팀 체제가 효과적으로 정착되면 그 기반 위에 매니저 권한을 확대키로 했었다”며 “펀드 수익률과 운용체제 변화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주식형 펀드의 성격이 비슷했던 과거에는 팀 체제로도 좋았지만 이제 주식형 펀드마다 특성과 고객의 기대가 다양해져 변화를 시도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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