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교보문고 문구코너에서 8년 동안 다이어리를 판매해온 권헌교 주임의 평가다. 작은 수첩 하나로 삶이 통째로 바뀐 경우를 봤다는 것.
해마다 이맘때면 새로운 한 해의 희망과 꿈을 담으려는 손길로 다이어리 코너가 북적인다. ‘기록이 기억보다 머리가 좋다’는 말처럼 무엇인가를 이루려면 ‘계획하고 기록하고 반성’해야 한다. 수없는 작심삼일(作心三日)의 악순환을 끊는데 다이어리처럼 요긴한 게 또 있을까.
▽다이어리의 황제, 플래너〓매년 안쪽 기록지만 바꿔주면 되는 ‘시스템 다이어리’의 일종. 베스트셀러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의 저자 스티븐 코비 박사가 직접 고안한 제품이다. 전량 수입 제품으로 한국리더십센터(www.eklc.co.kr)가 사용법에 대해 공개 설명회를 할 정도로 짜임새가 있다. 꿈을 세우고, 이를 차근차근 이루기 위한 하루 계획을 짜도록 도와준다. 마니아층에서는 완벽한 시간관리 도구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플래너는 크게 △겉을 싸는 프레임(바인더)과 △속지로 나뉜다. 프레임은 ‘똑딱단추식’과 ‘지퍼식’ 두 종류가 있다. 비닐이나 합성가죽, 천연가죽 등 재질에 따라 2만∼15만원이다. 고급 소비층을 위한 해외 유명 브랜드인 ‘MCM’의 천연 가죽제품도 있다. 가격은 15만9000원에서 18만9000원.
속지는 각종 달력, 스케줄 표, 메모지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매년 따로 살 수 있다. 중고등학생용, 대학생용, 여성용 등 10여종이 나와 있고 가격은 2만9000원에서 5만3000원.
통상 처음 플래너를 사는 사람은 속지는 물론 보관 케이스와 수첩, 자 등을 모아놓은 세트를 산다. 4만8000원과 5만원 두 종류가 있다.
플래너에서 요즘 주목받는 제품은 지난해 첫선을 보인 ‘CEO를 위한 프랭클린 플래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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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 크기의 천연 가죽 프레임으로 일단 가방 속에 넣고 다닐 필요가 없다. 양복 안주머니에 간단히 휴대할 수 있다. 하지만 플래너의 모든 장점을 갖췄다. 월별로 속지를 바꿔 주면 된다. 프레임과 15권의 속지가 8만원이다. 속지만 살 경우 5만원.
적당한 여유를 즐기는 이에게는 일반 시스템 다이어리가 유용하다. 프레임은 2만∼5만원. 속지는 8000∼1만원 가량으로 플래너보다 싸다. 플래너처럼 빡빡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양지사, 바른손 등 문구용품 브랜드들이 제품을 많이 내놨다.
명품 브랜드인 몽블랑과 듀폰, 코치에서도 30만∼60만원짜리 천연가죽 시스템 다이어리를 내놓고 있다. 이들 명품의 속지는 3만∼9만원 수준이다.
▽책상 위에, 양복 주머니에〓직장인들이 일정 정리를 위해 많이 쓰는 수첩 다이어리는 1500∼3000원. 메모광들이 좋아하는 메모용 속지도 1000원 안팎이다. 지갑 겸용 제품은 재질에 따라 2만∼12만원. 문구업체 ‘오롬’(www.orom.co.kr)은 천연 쇠가죽 제품(3만8000원)에 이름을 새겨준다.
책상 위에 놓고 쓰는 탁상용 다이어리는 3500∼4000원, 영업사원에게 좋은 노트용 다이어리도 종류에 따라 5000∼1만원 등 다양하다.
올해는 경기가 좋지 않아 기업들이 자체 다이어리를 크게 줄였고 문구업체들도 많이 생산하지 않는 탓에 다이어리가 품귀 현상을 빚을 거라는 게 업계의 관측. 발걸음을 서둘러야 하는 셈이다.이헌진기자 mungchi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