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남건설 이두남(李斗南·60) 사장. 36년간 몸담아 왔던 한진그룹에서 한진건설 사장과 한일레저 사장을 끝으로 올해 초 퇴직했던 이 사장이 아남건설의 최고경영자(CEO)로 현장에 복귀했다. 법정관리중인 아남건설의 관리인 겸 대표이사로 발탁된 것.
98년 모기업인 아남반도체가 흔들리면서 법정관리에 들어간 아남건설은 한때 자본마저 잠식될 정도로 허약해졌다가 힘든 구조조정을 통해 이제는 부채비율 144%의 건실한 회사로 회복됐다. 최근에는 경기 고양시 고양지구에 아남 리치카운티(460가구)를 분양하는 등 공격적인 경영에 나서고 있다.
두 달 전 취임한 이 사장이 취임 후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은 직원들의 사기 진작. 30여년간 건설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이 사장은 건설인들은 무엇보다 사기를 먹고산다는 사실을 잘 안다. 건설업은 사람들에게 체화(體化)된 노하우가 기업의 진정한 자산이기 때문에 직원들의 사기가 높아야만 성과도 높다는 것이 이 사장의 지론.
이 때문에 이 사장은 지난 두 달간 직원들과 1 대 1로 대화를 나누며 직원들의 고민을 청취했다.
두 달간 회사 경영상태를 점검해 온 이사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법정관리에 들어가기 전 매출 3000억, 도급순위 49위에 이르던 아남건설의 기술력이 건재함을 확인한 것. 아남건설은 반도체 공장 및 환경오염방지시설에 첨단 기술력과 축적된 시공경험을 갖고 있다. 이사장은 국내 반도체 회사들이 공장을 증설할 때 특수(特需)를 누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아남건설은 고양시 아파트 외에 포항 및 대전에서 대한주택공사의 도급공사, 신촌오피스텔 신축, 베트남에서 도로공사 등을 하고 있다.
이 사장은 법정관리중인 기업의 경영을 “중병에서 갓 회복한 아이에게 체력단련을 시키는 것처럼 조심스럽다”고 비유한다. 경영자의 조그만 판단 착오도 회사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끊임없는 사업성 검토를 통해 리스크가 거의 없는 사업만을 골라서 시행하고 있다. 현재 신규 공사수주액은 1700억원가량.
그는 “현재 분양중인 고양지구 리치 카운티의 분양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아남건설은 제2의 도약기를 맞이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병기기자 ey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