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자니 아깝고, 투자하자니 답답하다.”
저평가된 자산주를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심정은 이럴 것이다.
회사 장부를 살펴보니 부동산도 많고 저축해둔 현금도 충분하다. 그런데 주가는 몇 개월째 꼼짝도 안 한다.
이 아까운 주식을 어떻게 할까.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해답은 간단하다. ‘더 멀리 내다보라’는 것이다.
▽자산주의 뜻〓증시에서는 주가순자산비율(PBR·시가총액을 순자산으로 나눈 값)이 1 미만인 기업의 주식을 저평가 자산주라고 부른다.
보유 자산이 1000억원인 회사의 시가총액이 500억원이라면 PBR는 0.5가 된다.
의미는 두 가지다. 첫째, 500억원을 주고 이 회사를 통째로 사면 이 회사 자산 1000억원을 손에 쥘 수 있다는 것. 보유 자산이 1000억원이나 되는 회사가 정작 증시에서는 단돈 500억원에 팔린다는 얘기다.
둘째, 이 회사가 망해도 주주는 무조건 지금 주가의 갑절을 건질 수 있다. 회사가 망하면 남은 자산을 정리해 그 돈을 주주에게 돌려줘야 한다. 그런데 자산을 정리한 돈이 시가총액의 갑절이나 된다. 주주들은 지금 주가의 두 배를 회사 청산 금액으로 받을 수 있다.
PBR가 1 미만이면 주가가 그만큼 저평가 상태라는 뜻이다.
▽안전한 주식투자〓문제는 이런 저평가 자산주의 주가가 잘 안 움직인다는 점. 워낙 저평가 상태여서 주가가 잘 빠지지 않지만, 성장성이 없다는 이유로 오르지도 않는다. 이런 주식에 투자하는 게 바람직할까?
전문가들은 “자산주는 훌륭한 장기투자 대상”이라고 설명한다. 단기투자자는 주가가 안 오른다는 이유로 자산주를 외면하지만 장기투자자는 주가가 잘 안 빠진다는 이유로 자산주를 좋아한다.
주가가 안 내리는 종목은 두 가지 장점이 있다. 우선 뜻밖의 악재가 생겨도 주가가 폭락하지 않는다.
보유현금은 5000억원이지만 시가총액은 1500억원밖에 안 되는 신영증권. 이 회사는 올해 사상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실적이 안 좋았다. 그런데 주가는 꾸준히 1만3000원을 유지했다. 최근 주가는 오히려 오름세다.
자산주의 또 다른 장점은 뜻밖의 주가상승 계기가 생겼을 때 그 혜택을 모두 누릴 수 있다는 것.
지난해까지 주당 순자산은 7만6000원이었으나 주가는 고작 2만원선이었던 동서. 그런데 지난해부터 어린이도 하루 4, 5잔의 커피를 마신다는 ‘커피 붐’이 일어났다. 동서식품을 자회사로 거느린 동서의 이익도 크게 늘었다.
커피 붐 이후 뒤늦게 주식을 산 사람과 주가가 2만원일 때부터 투자한 사람과의 수익은 당연히 큰 차이가 났다. 동서 주가는 올해 한때 9만원을 뚫을 정도로 급등세를 보였다.
대학투자저널 최준철 발행인은 “자산주는 뜻밖의 악재를 거뜬히 소화하는 대신 뜻밖의 호재는 제대로 주가에 반영하는 장점이 있어 장기투자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