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택시장 안정대책을 쏟아냈다. 집값이 떨어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4억7000만원 선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다. 이대로 한 해를 넘길 모양새다.
▽아파트값 상승률 12년 만에 최고〓국민은행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값은 30.7% 올랐다. 상승률은 1990년 이후 최고치다.
아파트값이 오르기 시작한 건 작년 10월부터. 겨울 이사철과 대입 수학능력시험 이후 강남권 교육시설에 대한 선호, 저금리 장기화가 겹치면서 걷잡을 수 없이 뛰었다.
올 들어서 1월 6.5%에 이어 2월에도 4.4%나 올랐다. 작년 1월(0.1%) 2월(1.2%)과 비교해도 폭발적인 상승세였다.
강남의 재건축 대상 아파트가 주도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물론 송파구 잠실 주공아파트, 강남구 청담·도곡동의 저밀도지구아파트 등 재건축을 기다리고 있는 아파트값은 인근 일반 아파트에도 영향을 미쳤다. 서울 집값은 경기도에도 전염돼 올해 28%나 올랐다.
전문가들은 아파트값을 뒤흔든 근본 원인이 1차적으로 공급 부족 때문이었다고 분석한다. 서울에서 새로 입주하는 아파트는 2000년 7만4600가구, 2001년 5만5500가구에서 올해는 4만6800가구로 줄었다.
입주 아파트가 줄어든 건 외환위기 이후 신규 분양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결국 누적된 공급 부족이 저금리 등 여러 요인과 결합하면서 집값을 끌어올렸다.
▽정부 대책 ‘절반의 성공’〓정부가 서둘러 대책을 쏟아냈다. 1월 8일 첫 주택시장 안정대책을 포함해 올 들어 내놓은 것만 6건이나 된다. 두 달에 한 번 꼴이다.
내용은 청약 자격과 아파트 분양권 전매 제한, 세무조사와 주택 관련 세금 상향 조정, 재건축 요건 강화 등이다.
10월부터 집값이 잡혔다. 하지만 정부의 무리한 시장부양이 집값 상승의 배경에 있었던 것처럼 집값 안정도 과도한 시장 개입 때문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제껏 방치해 온 양도소득세와 재산세를 전면 재조정한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정부가 약속한 청약 1순위자 자격을 하루아침에 뒤집은 것은 정책의 신뢰성을 스스로 저버렸다는 평가다.
더욱이 올해 나온 대책 가운데 주택 공급량을 늘리겠다는 구체적인 내용이 빠져 있다는 것도 문제다. 집값이 언제든지 재상승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기 때문이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