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역협회가 22일 발표한 '2003년 대중 수출환경과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대중 수출은 올해보다 14.9% 늘어난 27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올해 대중 수출(235억달러)이 29%의 증가율을 보인 것에 비하면 크게 줄어든 것.
대중 수출이 덜 늘어나는 것은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과 함께 통상정책을 공세적으로 바꾼데다 지난달 새로 출범한 중국 지도부가 대외통상정책의 '균형'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국의 반덤핑 제소 품목이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인 합성수지, 철강에 이어 섬유제품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품목별로는 올해 수출실적이 좋았던 자동차(48.1%), 휴대전화(44.5%), 정밀기계(38.3%), 반도체(30.1%) 등이 내년에도 호조를 보일 전망이다. 반면 수입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철강(5.8%), 석유화학(5.0%)과 중국 자체생산이 활발해진 섬유류(-4.8%)는 소폭 증가 또는 감소 예상 품목으로 꼽혔다. 플라스틱(13.8%)과 가전(12.3%) 제품은 10%대의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보고서는 또 중국의 내년 수출 증가율을 11.7%로 전망하고 중국의 수출이 기본적으로 수입의존적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한국 업체의 원자재, 부품 및 소재 수출이 유망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중국이 가전제품의 세계적 생산기지로 떠오르면서 디지털가전을 중심으로 부품 수요가 폭증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중국이 내년부터 2008년 올림픽 개최에 대비한 경기장 건설과 사회간접자본(SOC) 구축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서부대개발 사업이 본궤도에 진입함에 따라 건설기자재 수출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중국이 WTO 가입 조건으로 내년부터 정보기술(IT) 관련 제품의 완전 무관세를 실시하고 자동차, 석유제품 등 쿼터 대상품목의 쿼터량을 전년 대비 15% 확대하는 것도 대중 수출의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주력 수출품목 전분야에서 경합하고 있는 대만, 일본 등 기존 경쟁국과 반도체를 중심으로 빠르게 쫓아오고 있는 말레이시아 등 신생 경쟁국을 따돌리기 위해서는 화남 등 그동안 투자가 미진했던 지역으로 관심을 돌리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무역연구소의 양평섭 연구원은 "올해 워낙 대중 수출 증가율이 높았기 때문에 내년 어느 정도의 하락세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 "문제가 되고 있는 국내 업체간 출혈 수출을 막기 위해 최근 섬유, 철강 분야를 중심으로 자율규제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