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이전' 충청권 투기바람 부나

  • 입력 2002년 12월 22일 17시 30분


《한국 부동산 시장의 특징 가운데 하나가 정부 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 때문에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의 부동산 관련 공약도 시장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특히 선거전을 뜨겁게 달궜던 ‘행정수도 충청권 이전’은 국토이용계획을 통째로 바꿔야 할 만큼 큰 파급력을 갖고 있어 어느 때보다 주목된다. 또 투기 억제와 서민주거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만큼 주택시장이 안정될지 여부도 관심이다.》

▽서민주거안정에 초점〓노 당선자가 제시한 정책 핵심이다. 이를 위해 주택 공급을 늘리고 강력한 투기 억제책을 내놓을 방침이다.

우선 임대주택을 매년 15만∼20만 가구씩 지을 예정이다. 이를 통해 전체 주택 가운데 임대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을 수도권에서는 10%, 비(非)수도권에서는 5%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는 현 정부의 주택정책 기조와도 맥을 같이 한다. 이미 발표한 △아파트 분양권 전매 제한 △1순위 청약요건 강화 △투기과열지구제도 도입과 같은 큰 골격이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 행정수도 대 수도권 미니 신도시〓행정수도 이전은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

노 당선자는 10개년 계획으로 단계적으로 추진하되 우선 내년까지 후보지 선정을 끝낸다는 방침이다. 또 집권 2년 안에 토지 매입과 보상, 3년 안에 부지 조성과 관련 인프라 구축을 시작해 임기 말에는 어느 정도 가시적인 조치를 취하겠다는 계획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행정수도가 이전된다고 해도 서울 집값이 폭락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경제 수도로서의 서울의 입지여건이 워낙 탄탄한데다 비즈니스 기능이 따라 이전한다고 해도 단기간에 이뤄지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대신 충청권에 때아닌 투기열풍이 번질 것을 경계하는 이들이 많다. 이미 일부 지역에서는 현실화하고 있는 문제다. 천안에 본사를 두고 있는 동일토건 김격수 실장은 “최근 서울 ‘큰손’들이 천안과 대전 주변 지역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천안만 해도 아파트 30가구를 한꺼번에 사겠다는 이도 있다”고 전했다.

한편 수도권에 신도시 2∼3개를 추가로 건설하겠다는 현 정부의 구상은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노 당선자가 수도권 과밀화 해소를 위해 행정수도 이전이라는 카드를 뽑아 든 이상 경기 일대에 또 다른 신도시를 조성하는 건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지적이다.

▽강북 재개발 탄력 받나〓노 당선자가 서민주거안정을 위해 내세운 공약 가운데 하나가 노후주거시설 재정비다. 이를 위해 40만 가구에 이르는 노후 불량 주택을 정비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서울 강북 재개발과 관련, 재원으로 24조원을 조달하고 체계적인 개발계획을 세운다는 구체적인 청사진을 내놓았다.

이를 감안하면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강북 뉴타운 개발계획도 어떤 식으로든 힘을 받게 될 것이 확실하다. 또 뉴타운에서 제외된 곳도 장기적인 발전 가능성을 확보하게 됐다.

▽양도세 높인다〓양도소득세에 대한 노 당선자의 의지는 확고하다. 대형 주택에 대한 세제 현실화를 일관되게 주장했다.

이회창(李會昌) 한나라당 후보가 ‘1가구 1주택 중과세 완화’를 들고 나왔을 때도 노 당선자는 6억원 이상 고가주택에 대한 양도세는 지금보다 높게 매겨야 한다고 못을 박았다.

▽집값 통제 가능할까〓아파트 분양가 인하와 전월세 가격 통제는 이번 대통령 선거에 나온 후보들의 공통된 공약. 노 당선자도 구체적인 수치를 밝히지 않았을 뿐 총론에는 뜻을 같이 했다.

하지만 이는 시장 원리를 무시한 ‘공약(空約)’으로 그칠 확률이 높다는 게 부동산 업계의 지적이다. A건설사 관계자는 “업체들에게 분양가 가이드라인을 강요한다면 시장 원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노 당선자가 밝힌 대로 소형주택과 임대아파트에 대해서는 정부가 개입할 수 있지만 모든 주택에 이를 적용하기는 무리”라고 말했다.

전월세 가격도 마찬가지다. 납득할만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 채 시장에서 형성되는 전월세 가격을 무리하게 조정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 주택정책 관련 공약
정책 기조주택공급 늘려 투기 억제
시장 안정 단기 대책대형 주택 세제 현실화행정수도 충청권 이전재산세 과표 현실화투기 차익 환수할 세제 마련
시장 안정장기 대책서민주택 공급 확대노후지역 개발 확대
서민 대책임대주택 공급 확대 및 비율 확대(수도권 현재 2%→5년 내 12%, 비수도권 현재 2%→5%)임대주택 매년 15만∼20만가구 공급전월세 가격 통제전국 40만가구 노후 불량주택 정비
신규 공급공공임대주택 230만∼250만 가구 공급지역별 수급 불균형 해소재건축·재개발 때 소형·임대주택 건설 의무화
아파트 값중대형 평형은 시장 원리소형 평형과 임대주택은 정부 개입
수도권 대책행정수도 이전해 서울 강남권 가수요 해소수도권 미니신도시 건설보다는 서울 강북 개발에 중점
강북 재개발재원 조달(24조원) 및 개발 체계 구축
양도세 강화고급주택 양도세 중과세 찬성투기 차익 환수 위한 세제 마련
행정수도 이전임기 1년 안에 계획 수립하고 후보지 선정, 2∼3년 안에 토지 매입과 보상 완료, 4년 안에 청사 건축 및 이전개발이익 환수와 기존 청사 매각 비용으로 비용 충당개발 비용 5조원 안팎 가능
그린벨트 해제원칙적으로 찬성우선 순위를 두고 해제지역 검토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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