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 황영기 사장은 16일 브로커(영업직원)에 대한 평가방식을 대대적으로 바꾸겠다고 밝혔습니다.
증권사들은 수입의 대부분을 위탁매매수수료에 의존하다보니 약정을 많이 이끌어내는 브로커에게 인센티브를 많이 줍니다. 그러다보니 브로커들이 고객에게 불필요한 매매를 유도하는 경우가 적지 않고 이로 인해 고객들의 불만과 불신이 쌓였지요.
황 사장은 이런 행태를 바꾸겠다고 선언한 것이지요. 약정보다는 많은 자산을 유치하고 고객의 수익률을 높일 때 좋은 점수를 주겠다는 겁니다.
삼성증권이 이런 결정을 내린 이유는 뭘까요.
첫째, 수익을 위탁매매수수료에서 ‘자산관리’로 옮겨가기 위한 포석이지요.
현재 증권사의 수익은 예탁자산×수수료율×회전율로 구성됩니다. 그런데 수수료율은 끊임없이 떨어지고 회전율도 더 이상 높이기 어려운 상황이지요. 결국 예탁자산을 늘릴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고객들은 좀처럼 증권사에 돈을 맡기지 않습니다. 따라서 수익률로 직원을 평가해 고객의 신뢰를 얻자는 것이지요.
둘째, 고객과 직원이 불행한데 증권사만 ‘편안히’ 배를 불릴 수 없다는 것입니다.
“직원 설문조사 결과를 보고 크게 놀랐습니다. 현재 행복하냐, 자식에게 증권업을 시키겠느냐는 질문에 대부분 부정적으로 답했습니다. 주가가 떨어지면 증권사 직원이 집을 날리는 이유는 약정경쟁에 있습니다. 어떻게든 이 고리를 끊어야 합니다.”
사실 전체 수익에서 위탁매매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율이 50∼90%에 이르는 증권사 현실에서 이를 바꿀 용기를 내기는 쉽지 않습니다.
황 사장은 “우리의 실험을 지켜봐달라, 힘든 싸움이 될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1등 회사는 해당 업계를 옳은 방향으로,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봅니다. 삼성증권이 1등의 역할을 제대로 할지 후원하는 마음으로 지켜볼 작정입니다.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