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나의 투자성적표]"성공투자 첫걸음은 반성"

  • 입력 2002년 12월 25일 18시 38분


《주식시장은 못 말리게 섬세하고 변덕스럽다. 투자 종목과 소속 업종에서의 변화는 물론 국내경제와 정치, 나아가 미국 경제와 정치, 북한과 미국의 관계, 심지어 베네수엘라 석유업체 근로자들의 파업까지도 해당 종목의 주가와 증시 전체에 영향을 준다. 시시각각 달라지는 주변환경을 제대로 이해하지 않고서는 주식투자에 성공할 수 없다. 올해 2000여명의 주식투자자를 상담한 현대증권 투자클리닉센터 하용현 원장과 작년과 재작년 추천종목 수익률 부문에서 국내 1위를 차지한 마이다스에셋 신진호 선임운용역에게 투자 정산 및 자가진단 요령과 개미들이 놓치기 쉬운 종목선정 포인트를 알아본다.》

▼하용현 현대증권 투자클리닉 원장 조언▼

클리닉센터를 찾는 투자자들을 보면 늘 안타깝다. 자신의 투자에 책임감을 갖고 기본만 확실히 지켰다면 그토록 허망하게 무너지진 않았을 텐데….

‘에잇, 또 1000만원 잃었구나. 내년엔 꼭 대박을 터뜨려야지.’

연말 투자정산은 이런 게 아니다.

먼저 1년간의 투자수익률을 계산한다. 매매 내용을 기록해두지 않았다면 총수익과 총손실의 비율을 계산해본다.

A, B 종목에서 100만원, 50만원씩 벌고 C, D종목에서 40만원, 80만원 손실이 났다면 (100만원+50만원)÷(40만원+80만원)×100〓125%. 150% 미만이면 비효율적인 투자다. 가장 크게 손해 본 매매를 점검해본다. 거기서 자신의 약점을 들여다볼 수 있다.

십중팔구 투자금액 과다, 원금 집착, 투자정보 과신 등의 문제가 있을 것이다.

계좌 평가금액이 가장 컸을 때부터 가장 작았을 때까지 하락비율을 살펴본다. 이 비율이 30% 이상이면 시장 부침에 맞서 투자금액을 지키는 능력이 모자랐다는 뜻.

1년간의 종합주가지수 추이를 보면서 추세 판단이 옳았는지, 틀렸다면 어디에 문제가 있었는지 반성해본다.

손절매에 실패했다면 본전 생각에 오기로 버텼든지, 손절매 기준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엄격했든지, 자포자기했든지 셋 중 하나다.

계좌평가금액의 30% 이상을 한 종목에 몰아넣었다면 한탕주의의 선을 넘었다.

투자의 기본은 매매 내용과 그때 그때의 투자판단을 기록하는 것. 그래야 더 큰 성공이나 재기를 기약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평상심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큰 이익에 우쭐하지 않고 손실에 낙담하지 말자. 주식시장은 내일 또 열린다.

▼신진호 마이다스에셋 선임운용역 조언▼

싱거운 얘기지만 종목 선정에 비결은 없다. 현실에 맞는 원칙에 바탕을 두고 남보다 열심히 종목을 연구하면 된다.

▽이런 생각은 버리자〓시장이 완연한 하락세인데 ‘좋은 종목 없느냐’고 묻는 투자자가 많다. 지수는 빠져도 주가가 오르는 종목은 한국 증시에 거의 없다. 추세가 꺾인 장에서는 투자를 피하는 게 좋다.

대형주를 추천하면 ‘그것말고 다른 거 없느냐’고 되묻곤 한다. 값이 비싸고 외국인과 기관의 입김이 세다고 지레 겁을 먹는다. 하지만 작년에 이어 올해도 거래소와 코스닥에서 우량주와 비우량주간 주가차별화가 심했다.

외국인과 기관은 △시가총액 500억원 이상 △하루평균 거래대금 15억원 이상 △순부채비율 50% 이하 △이자보상배율 5배 이상인 종목에 관심을 둔다. 안정성과 유동성을 중시한다. 맹목적인 외국인 따라잡기는 위험하지만 그들의 종목 선정기준은 배울 만하다. 틈새종목에서 대박을 터뜨리겠다는 욕심을 버리 이런 종목을 사는 게 백배 낫다.

개미들은 하루에 100여건씩 나오는 공시보다 루머에 신경을 쓴다. 데이트레이더들이 공정공시의 물을 흐리고 있지만 그래도 공시가 루머보다 훨씬 쓸모 있다. 공시와 분기보고서를 겹쳐놓고 꾸준히 종목을 연구하면 중장기전에서 성공할 수 있다.

▽개미들을 위한 종목선정 요령〓 교과서는 “기본적 분석으로 가려낸 우량주 가운데 저평가된 종목을 사라”고 가르친다. 너무 어렵고 현실에 안 맞는 방식이다.

기술적 분석으로 주가 활력이 살아있는 종목을 먼저 고르고 그중 펀더멘털이 좋은 종목을 잡는 것이 현실적인 수순이다. 증권사 영업직원이 추천하는 종목보다 여러 증권사가 중복추천하고 주가가 막 오르기 시작한 종목을 체크하는 것도 손쉬운 요령이다.

▼개미들이 놓치기 쉬운 종목선택 포인트▼

(1)개미여, 이런 생각은 버리자

①종목만 잘 잡으면 된다 →시장 전체의 추세 파악을 먼저 해야 한다

②대형주는 개미의 투자대상이 아니다 →안정성과 투자수익률 면에서 한 수 접고 들어간다

③공시정보는 쓸모 없는 묵은 정보다 →공시정보는 금싸라기, 모으면 금이 된다

④대박 종목 하나면 한꺼번에 만회할 수 있다 →승부는 전체 자금관리 능력에서 난다

⑤코스닥에선 가벼운 종목이 좋다 →기관 입김이 커진다. 안정성과 유동성 높은 종목에 주목하라

(2)교과서에 안 나오는 종목선택 요령

①기술적 분석으로 시장 추세를 살피고 유망업종을 찾아낸다

②유망업종 가운데 펀더멘털이 뛰어난 종목을 고른다

③그중 여러 증권사가 추천하고 이제 막 주가가 오르기 시작한 종목에 투자한다

④틈만 나면 공시, 사업보고서, 분기보고서를 공부해 실력을 키운다

⑤자기 나름의 투자 후보 종목 풀(pool)을 유지 개선한다

정리〓이철용기자 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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