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는 이날 ‘2002년이 남긴 한국경제의 10대 숙제’라는 보고서에서 “올해는 외형적 성장에 이끌려 경제구조조정이 지연됐으며 그동안 성장을 주도한 내수시장이 한계에 부닥쳐 앞으로의 경제가 불안하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한국경제의 10대 숙제 가운데 첫 번째로 ‘부실처리 지연’을 꼽았다. 외환위기 이후 5년이 지난 지금까지 하이닉스반도체, 현대투신 등은 아직도 구체적인 처리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특히 기업의 퇴출장치가 미흡하고 경기 불투명으로 인해 앞으로 영업이익이 금융비용에 못 미치는 한계기업들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두 번째는 가계소비와 가계부채의 급증. 정부가 각종 대책을 추진했으나 그 효과가 미흡해 이대로 가다가는 내년 중 가계부채가 5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사상 최고의 기업 실적에 대해서도 연구소는 ‘외화내빈’이라고 진단했다.
일부 대기업의 실적이 전체 평균을 올렸을 뿐 적자업체의 비중이 29.7%로 늘어났으며 전체 상장기업 순이익의 54%를 상위 5개사가 차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기업의 보수적인 경영기조로 성장기반이 약화되고, 중국 등의 추격으로 세계 시장에서 한국 제품의 입지가 갈수록 위축되고 있는 점 역시 한국경제의 앞날을 어둡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소는 이 밖에 △벤처에 대한 불신으로 침체 장기화 우려 △월드컵 효과의 활용 미미 △전략적 통상정책과 홍보 활동 부족 △남북경제협력의 답보 △정치적 리더십의 약화와 사회갈등 돌출 등을 해결과제로 꼽았다.
신연수기자 ysshin@donga.com